美,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
기아 “캐나다로 선적 조정… 피해 크지 않아”
배터리사는 전기차 지원 축소까지 ‘이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産)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들 국가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에는 국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사, 가전제품 제조사 등이 진출해 있으며, 캐나다에선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장을 가동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지난 2020년 발효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USMCA·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에 따라 미국 수출품에 대해 무(無)관세 혜택을 적용 받았다.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완성차와 가전제품 제조사는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인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해 대응할 수 있어 비교적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멕시코 생산 비중이 큰 일부 자동차 부품사와 캐나다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등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기아·삼성전자·LG전자, 생산·공급망 조정할듯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멕시코에 공장을 둔 곳은 기아가 유일하다.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K3, K4 등을 멕시코 누에보 레온의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아는 지난 2023년 미국에서 78만2451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은 약 20%에 해당하는 15만5000대였다.
기아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24일 가진 ‘2024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는 관세가 붙는 만큼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 대신 캐나다로 선적하는 등 공급망을 조정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멕시코 생산 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2023년 기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차량은 총 255만4000대였는데, 절반이 넘는 131만3000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기업이 만든 차였다.
멕시코에서 가전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 역시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 지역에서 TV를, 케레타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을 각각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LG전자도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에 TV와 냉장고 등을 만드는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준공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의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 역시 멕시코의 냉장고와 건조기 생산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에 대규모 공장 짓는 배터리사 직격탄
캐나다의 경우 주로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캐나다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미국으로 보내도 관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배터리·소재 회사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해 캐나다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막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라 관세가 부과되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에 배터리 공장을 세워 지난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손잡고 ‘얼티엄캠’이란 회사를 세워 퀘벡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엔켐은 윈저에서 전해액 생산 시설을, 솔루스첨단소재는 퀘벡에 전지박 공장을 각각 건설 중이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사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캐나다 부품 제조사인 마그나가 합작한 LG마그나의 경우 멕시코 코아우일라에서 전기차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에는 생산 시설을 두고 있지 않아 물량을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지역에서 기아와 GM, 포드 등에 판매하는 부품을 만드는 HL만도는 완성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납품 물량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배터리·부품사들은 이중고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기아 “캐나다로 선적 조정… 피해 크지 않아”
배터리사는 전기차 지원 축소까지 ‘이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産)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들 국가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에는 국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사, 가전제품 제조사 등이 진출해 있으며, 캐나다에선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장을 가동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지난 2020년 발효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USMCA·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에 따라 미국 수출품에 대해 무(無)관세 혜택을 적용 받았다.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완성차와 가전제품 제조사는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인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이전해 대응할 수 있어 비교적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멕시코 생산 비중이 큰 일부 자동차 부품사와 캐나다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등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삼성전자·LG전자, 생산·공급망 조정할듯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멕시코에 공장을 둔 곳은 기아가 유일하다. 기아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K3, K4 등을 멕시코 누에보 레온의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아는 지난 2023년 미국에서 78만2451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은 약 20%에 해당하는 15만5000대였다.
기아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24일 가진 ‘2024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는 관세가 붙는 만큼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지만, 수익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 대신 캐나다로 선적하는 등 공급망을 조정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멕시코 생산 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2023년 기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차량은 총 255만4000대였는데, 절반이 넘는 131만3000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기업이 만든 차였다.
멕시코에서 가전제품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 역시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 지역에서 TV를, 케레타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을 각각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LG전자도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에 TV와 냉장고 등을 만드는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준공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의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 역시 멕시코의 냉장고와 건조기 생산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 임직원들이 멕시코 공장에서 열린 200만대 생산 및 K4 생산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아 제공
캐나다에 대규모 공장 짓는 배터리사 직격탄
캐나다의 경우 주로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를 만드는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캐나다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미국으로 보내도 관세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배터리·소재 회사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해 캐나다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막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라 관세가 부과되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캐나다 온타리오에 배터리 공장을 세워 지난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손잡고 ‘얼티엄캠’이란 회사를 세워 퀘벡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엔켐은 윈저에서 전해액 생산 시설을, 솔루스첨단소재는 퀘벡에 전지박 공장을 각각 건설 중이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사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와 캐나다 부품 제조사인 마그나가 합작한 LG마그나의 경우 멕시코 코아우일라에서 전기차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에는 생산 시설을 두고 있지 않아 물량을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지역에서 기아와 GM, 포드 등에 판매하는 부품을 만드는 HL만도는 완성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경우 납품 물량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배터리·부품사들은 이중고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캠의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양극재 공장 건설현장. /포스코퓨처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