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회의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민의힘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는커녕 당 지도부가 면회까지 하며 밀착 행보를 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에서도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3일 오전 11시 권 위원장, 나경원 의원과 함께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한다고 밝혔다. 자신은 윤 대통령과 어릴 적부터 친구이고, 권 위원장은 대학(서울대 법대), 검사 시절부터 오래된 인연임을 내세우며 “개인적으로 공교롭게 같이 가게 된 것이지 지도부 차원에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탄핵 심판이라든가 형사재판 관련해서 우리가 논의할 건 아니다”라며 “정치적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와 권 위원장은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만나기도 한 사이니 인간적으로 면회를 안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기관의 1차적 판단이 끝나고 윤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후에는 당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둘 것이란 세간의 관측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윤 대통령 체포 전 대통령 관저 앞에 가지 않고 대통령과 직접적인 접촉을 피했던 지도부의 모습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후에도 당 지도부에 지침을 내리며 ‘당·윤일체’ 정치를 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다.
윤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는 강성 보수 지지층을 달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에도 당이 갈라지지 않고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당 지지율이 비상계엄 이전으로 회복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당의 우경화를 감수하고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이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과 동행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 일원인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에 ‘개인적 차원’이라는 변명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비쳐질 것이고 무책임해 보인다.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적 도리를 왜 이런 식으로 이제서야 다하나“라며 “임기 중에는 참모로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다가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인간적 도리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는 건 비겁하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행보가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되면 열릴 조기 대선에 악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중도층에서는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러다가 대선 때 갑자기 방향 전환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