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무너져 내린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안양시 제공
지난해 11월 28일 경기지역에 내린 폭설로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청과동 지붕 전체가 붕괴하는 큰 사고가 났다.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은 상시 상주하는 상인만 300여명으로 자칫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다행히 이 사고로 발생한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상인들이 모두 대피하고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선제적 조치가 가능했을까. 당시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일을 막는 데에는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 시설팀 소속인 이봉화 주무관(33)의 역할이 컸다.
이봉화 안양시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 시설팀 주무관. 이 주무관 제공
이 주무관은 17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한 상인의 민원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주무관은 28일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6시쯤 출근한 상태였다. 전날 내린 폭설로 ‘혹시 시설물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하진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근무자로부터 ‘시장 안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 주무관은 이 신고를 받고 이상함을 느꼈고 즉시 현장으로 나가 시설을 살폈다고 한다. 오전 6시40분쯤 현장을 둘러본 그는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시장 상인이 들었다는 소리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건물 철골이 뒤틀리면서 나는 소리였다.
이 주무관은 이 사실을 즉각 팀장에게 보고했고 안양시는 오전 7시15분부터 진입 통제에 나섰다. 이어 오전 8시10분 최대호 안양시장의 지시로 영업 중단과 출입 통제 조치를 모두 마쳤다. 이 과정에서 영업중단에 일부 상인들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최 시장은 손실 보상을 약속하고 이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지 4시간여가 흐른 오후 12시2분.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지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중청과동의 남측지붕 5933㎡가 모두 붕괴했다. 만약 내부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대로 압사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지난해 11월 28일 발생한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붕괴사고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안양시 제공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지붕이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져 내렸으며 안에 있던 과일상자 등을 그대로 덮쳤다.
이 주무관은 “당시에는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어서 ‘혹시 안에 사람이 남아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들었었다”면서 “만약 구조물이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적극적인 출입통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조치해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지붕 붕괴 사고의 피해를 줄인 공로로 최근 9급에서 8급으로 승진했다.
이 주무관은 “함께 출입통제 조치에 힘써주신 다른 공직자들 덕분에 사고를 막았던 것인데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큰 인명피해 없이 끝나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특별한 성과를 낸 직원뿐 아니라 어느 직무에 있든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한 직원은 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문화와 제도를 통해 안양시가 적극행정 도시로 도약했으며 결과적으로 시민 안전까지 지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