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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10억 넘는 신형 보안검색 장비 들여와 처리량 7.8% 늘었지만
신형 장비 1대당 직원 2.5명 더 투입해야
노조 “‘에러’ 잦아 예상만큼 효과 없다” 주장
보안검색 담당 직원 숫자도 정원보다 모자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의 출국수속을 위해 탑승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유병훈 기자

박모(28)씨는 지난 달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9시50분 베트남 나트랑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인천공항에 박씨가 도착한 시간은 이륙을 거의 3시간 앞둔 오후 7시였다. 그런데 출국장 내 보안검색대 앞에서 너무 오래 줄을 섰고, 출발 예정 시각 10분 전에야 탑승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박씨는 “작동 안 하는 보안검색대가 많던데 왜 비워두는 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 수속이 오래 걸린다는 이용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조선비즈 1월 7일 보도). 출국장 내부에서 신체와 휴대 수하물을 확인하는 보안검색대 앞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새 장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인력이 충분치 않아 설치된 장비를 전부 가동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대기 줄 긴데 보안검색대 70%는 비워둬… “출근한 직원 75%가 피크 타임 투입”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보안검색통합노조에 따르면, 출국장 내 보안검색대는 가장 이용객 수가 많은 오전 7~9시 ‘피크 타임’(첨두시간대)에도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3분의1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인천공항 2터미널 제1출국장에는 21대의 보안검색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가동 중인 보안검색대는 6대에 불과했다. 70% 이상을 비워두고 있는 것이다.

직원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피크 타임에 집중 투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지만, 노조 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보안검색 직원들은 7개조로 나눠 주 4일 근무한다.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15시간(휴게 시간 제외 실 근무시간 13시간30분)을 연속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색 직원들은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더 길게 근무하고 있다. 그러면서 피크 타임인 오전 7~9시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이, 출근하는 직원의 75%가 보안검색 작업에 투입된다.

그래픽=손민균

신형 장비 들여와 직원 1인당 처리량 7.8% 늘었지만… 노조 “에러 많아 효과는 별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안검색 정확도를 높이고 처리 속도를 높이려 신형 장비를 도입했다. 신형 장비가 제1여객터미널에는 2022년부터 도입돼 현재 보안검색대 33대 모두 신형이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총 보안검색대 35대 중 구형은 28대, 신형은 7대이다.

구형 보안검색대는 X-레이 기반이어서 직원이 2차원 영상을 보고 휴대 수하물에 기내 반입이 안 되는 물품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신형 보안검색대는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 기반이어서 직원이 360도 회전시킬 수 있는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캐리어 내부를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 구형 1대는 1시간에 승객 145명의 휴대 수하물을 검색할 수 있는데, 신형은 260명을 처리할 수 있다. 1명의 수하물을 검색하는 데 구형은 25초, 신형은 14초 걸린다. 다만 장비 1대 가동에 필요한 인력은 구형 4.5명, 신형 7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보안검색 직원 한 명이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은 구형 32.2명에서 신형 34.7명으로 7.8% 늘었다.

그런데 신형장비는 구형과 달리 ‘에러(오작동)’가 많이 발생해 처리 속도 저하된다고 노조 측은 지적한다. 휴대 수하물이 들어가는 장비 입구에 방사선 차폐 납 커튼이 많아져 스카프 같은 가벼운 옷가지가 플라스틱 바구나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잦다고 한다. 이 경우 장비를 끈 뒤 예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4분쯤 걸린다. 여객 16명의 짐을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만큼 대기줄은 더 길어진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 측 관계자는 “보안검색대 안에서 짐이 떨어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또 신형 장비는 휴대 수하물이 15초 안에 판독되지 않아도 ‘에러’가 난다고 한다. 이 경우 승객이 캐리어를 열어서 직원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보안검색 시간이 길어지게 하는 이유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그래픽=손민균

제2터미널 출국장 보안검색은 시간당 2400명 가능 vs 오전 10~11시 출국자는 3800명
더 빨라진 보안검색 장비를 설치하는 것 만으로는 늘어나는 인천국제공항 출국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작년 12월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2터미널에서 출발한 승객은 하루 평균 3809명이다.

그런데 2터미널 1·2출국장에서 현재의 인력과 장비 가동률로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승객은 2400명 정도다. 2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승객은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줄곧 2400명을 넘는다. 승객들이 공항에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 다른 승객에게 밀려 제때 탑승구에 도착하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해결책은 더 많은 보안검색대를 가동하는 것이지만 그러려면 직원을 늘려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일하는 보안검색 직원은 현재 290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모든 장비를 가동시키려면 1026명 더 필요하고, 50%만 가동하려고 해도 368명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 현재는 인천공항이 정한 정원(308명)도 못 채운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공항 측은 정원부터 채운 뒤 증원을 검토하겠다고 한다”고 전했으나,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증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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