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요구 불응 등 부정적 영향
윤 ‘텔레그램 삭제’ 주장 등 먹혀
윤 ‘텔레그램 삭제’ 주장 등 먹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놓고 여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윤 대통령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23년 열린 이 대표 사건보다 빨리 종료됐고 결과도 달랐다. 별개의 사건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점, 이 대표 사건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 등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영장심사는 서울서부지법에서 18일 오후 2시부터 6시50분까지 4시간50분간 진행됐다. 다른 대형 부패 사건에 비하면 심문 시간이 짧았다. 이 대표는 2023년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등 혐의로 9시간17분간 영장심사를 받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9일 “부패·경제범죄 사건의 경우 최종 책임자가 금품 또는 지시나 보고를 실제 받았는지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지만 윤 대통령 사건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하급자가 사실관계와 혐의를 인정하는지, 피의자가 수사기관 출석에 응했는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경우 비상계엄 선포 장면이 생중계됐고 다수의 군 장성은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이 있었다고 진술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텔레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계엄 후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난 점 등을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는데,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윤석열정부에서 총 여섯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하급자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 대표의 관여 여부 등을 부인한다. 이 때문에 당시 법원은 이 대표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대표가 주변 인물에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자료는 부족한 점, 당대표 신분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염려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법원이 이재명도 구속하지 않았는데 현직 대통령을 구속한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내란죄로 다른 범죄와 비교할 수 없다. 이 대표 사건과는 성격, 죄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사법부가 나름의 기준을 갖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