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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IVP) 펴낸 김혜령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
김혜령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 연구실에서 신간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를 펴낸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목사이자 교육자로 평생을 산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진단 이후 빠른 속도로 인지 능력이 퇴화했다. 엘리베이터 층수를 잘못 눌러 남의 집 잠금장치에 손을 대는 나날이 늘었다. 통화 사실을 잊고 누군가에 재차 연락하는 일도 부지기수. 아들조차 잊은 그의 기억엔 ‘엄마’로 부르는 아내와 딸만 남았다.

김혜령(49)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는 ‘치매 노인’이 된 아버지의 현실을 마주하며 종종 미소짓는다. 나날이 악화하는 병세에도 웃는 여유가 있는 건 아버지가 병증마저 목사답게 ‘성실하게’ 겪는다는 생각에서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 앓는 목사 아버지’에게서 건져 올린 신학적 발견을 묶은 에세이집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IVP)를 최근 펴냈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여성 신학자의 시선으로 치매 환자의 돌봄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우리 사회에 나누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 기독교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개신교신학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인권과 사회복지, 환대 정신 등에 관한 논문을 주로 써왔다. 올해로 5년째 아버지와 동고동락 중인 그는 아버지를 ‘모시지’ 않고 ‘합가했다’고 표현한다. “아버지를 최우선으로 돌보는 보호자는 내가 아닌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합가를 “1남 1녀의 장녀이자 여성주의 신학을 하는 기독교 윤리학자로서 인간적 도리를 다하고자 택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는 “‘부모 봉양은 아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며 “1인 가구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성 역할을 떠나 새로운 관점에서 노인 돌봄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저자 김혜령 교수는 우리 사회가 노화에 좀 더 너그러운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지팡이를 잡은 채 미소짓는 한 남성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책에는 아버지가 병세 악화로 대·소변 실금 증세를 보이자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예전과 다른 아버지를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였지만 “평생 헌신한 분이 왜 형벌을 받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교수는 “신학은 고통의 원인을 개인에게 찾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제한된 지식으로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개인 귀책이 되는데 이는 윤리적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예수 역시 장애와 질병에 원인을 따지지 않았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을 두고 “자신과 부모, 누구의 죄 때문인가”라며 고통의 원인을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하나님이 하는 일을 나타내고자 한다”고 답한다.(요 9:1~3) 이를 “신학적 해석”으로 명명한 그는 “저 역시 신학적으로 아버지의 고통을 바라본다”고 했다. “알츠하이머 진단으로 합가를 결심했고 다른 환자의 고통에 관심이 생겼으며 관련 사회복지 제도와 정치적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노화에 좀 더 너그럽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김 교수는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이를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자신을 내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예수는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마 18:3)고 말씀했다”며 “어린아이처럼 연약해지고 돌봄이 필요한 노화 과정은 곧 하나님 나라로 가는 적합한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개인 인식 개선만으론 ‘노화 친화적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아버지가 지역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며 병세가 완화되는 걸 보며 ‘사회복지 시스템의 힘’을 경험한 김 교수는 “존재의 나이 듦을 존엄하게 받아들이려면 사회복지 구조가 질적·양적으로 풍요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현대 신학 수용으로 노화 인식 개선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하나님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없으면 인간사를 새롭게 보기 힘들다”며 “의학·과학 등 여러 분야와 소통하는 현대 신학과 발맞추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데이케어센터 사역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3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하는 아버지가 예배는 1시간 넘게 드린다. 신앙인으로서의 자아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라며 “치매 환자 중에도 교회 관련 장기 기억을 가진 기독교인이 적잖을 것이다. 이들을 위한 기독 데이케어센터 설립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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