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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채택된 다른 증인들은 ‘윤석열 지시’ 언급
김용현은 확실한 우군…‘포고령’ 증언은 엇갈려
‘부정선거, 헌재 판단 받아보겠다’ 의도일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인 지난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김용현 증인의 증언을 먼저 듣고 그 다음에 다른 증인 신문을 하는 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합당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1)

“꼭 부탁드립니다.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에 필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2)

“김용현 증인의 진술을 허락하지 않는 건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3)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16일 오후 2시에 열린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윤 대통령 쪽 대리인들은 재판이 끝나 자리를 뜨려는 재판관들을 향해 몇번이고 부탁했다. 요청사항은 자신들이 신청해 증인으로 채택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첫번째 증인으로 신문해 달라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 쪽에서는 증인을 모두 5명 신청했는데 김 전 장관,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 나머지 3명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결국 헌재는 17일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청을 받아들여 김 전 장관과 김현태 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첫 증인으로 김 전 장관을 부르기로 했다. 통상 재판에서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윤 대통령 쪽은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을 첫 순서로 하는 데 왜 그렇게 간절했던 걸까? 과연 그 결정은 합리적 선택이 될까?

‘포고령 베꼈다’ 답변서의 진실

윤석열 대통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피청구인 법률대리인단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내란 2인자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이 12·3 내란사태의 공동 책임자라는 사실은 이미 기소된 김 전 장관 등 군 관계자들의 공소장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본입장도 두 사람은 공유한다. 김 전 장관은 수감 중에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의 서신을 써서 공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김 전 장관은 자신의 확실한 ‘우군’이다.

두 사람은 정말 ‘운명공동체’일까. 최근의 상황을 보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헌재에 낸 2차 답변서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 1호에 대해 ‘김용현 전 장관이 국회해산권이 있었던 군사정권 당시의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을 자신이 부주의해 수정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회 등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는 이번 비상계엄에서 가장 위헌·위법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통해 ‘위법한 포고령 발령’에 대한 책임을 김 전 장관한테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 쪽은 “(김 전 장관의) 착오는 없었던 것 같다. (포고령은) 정당하게 작성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 초안을) 검토했다”고도 했다. 포고령 1호의 위법한 내용은 김 전 장관이 실수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포고령 1호 작성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김 전 장관의 진술은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날 윤 대통령 쪽은 포고령 1호에 대한 입장을 거듭 묻는 정형식 주심 재판관의 질문에 “포고령과 관련한 내용은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을 통해 밝히겠다”며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 만약 김 전 장관이 심판정에 나와 포고령의 공동 책임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한다면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꼭 유리한 증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금 중요한 군인들’의 허위진술?

재판부가 채택한 다른 증인들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다. 이들은 국회 또는 수사기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모든 지시는 윤 대통령한테서 시작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이들이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 쪽은 이들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고 주장한다. 전날 윤 대통령 쪽 배진한 변호사는 “너무 그분들의 진술이 일치되기 때문에 어떤 시나리오에 맞춰서…. 군인들은 제일 두려워 하는 게 연금 사라지는 거라고 한다. 이건 뭐 제 추측이기 때문에 팩트로 말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군인들에게) 그렇게 시키지 않은 게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추측’이라고 얼버무렸지만, 배 변호사의 말은 12·3 내란 사태의 최고 책임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한 이들의 진술이 조작된 허위의 진술이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윤 대통령 쪽은 이들 증인신문이 먼저 이뤄질 경우 재판부에 ‘불법 비상계엄’ 심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김 전 장관 증인신문을 맨 먼저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을 첫 증인으로 부르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심증을 재판부에게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의 상명하복 관계에 비춰볼 때 후에 나온 증인들이 김 전 장관이 진술한 방향대로 따라갈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배보윤 변호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부정선거판’ 만들기

그러나 윤 대통령 쪽의 이런 기대는 더 강력한 ‘부정선거 카드’ 때문에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차 변론기일에서는 윤 대통령 쪽의 앞으로의 변론전략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 쪽 배진한 변호사는 약 1시간30분 변론 가운데 30분을 부정선거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썼다. 각종 감사를 거부하는 선관위로부터 부정선거 관련 자료를 빼내오고 부정선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선관위를 불법 압수수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 쪽 최거훈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으로서 국가 제도를 통해서 그게(부정선거가) 해결되길 바랐는데 해결이 안돼서 대통령이 (비상계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재판에서 입증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부정선거 얘기를 다룰 것을 예고했다. 겉으로는 윤 대통령 비상계엄의 합법성을 설명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음을 헌재에서 판단 받아보겠다’는 게 대리인단의 숨은 의도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 못지않은 ‘부정선거론자’다. 대리인단은 김 전 장관을 신문하면서도 부정선거 이야기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따지는 탄핵 재판의 본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어서, 이런 전략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해 보이진 않는다.

‘포고령 책임소재’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의 쟁점을 전혀 못 짚고 있는 상황에서 ‘김용현 카드’는 윤 대통령에 득이 될 수 있을까? 헌재는 전날 윤 대통령 쪽의 신청을 받아들여 김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오는 23일 오후 2시30분에 가장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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