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조사 불응에도…공수처 “영장 청구 무리 없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7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영장심사는 이르면 오는 18일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공수처는 검찰과 나눠 보름 가량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추가 조사 한 뒤 다음달 초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체포된 지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 체포 시한은 이날 오후 9시8분까지였는데, 시한보다 일찍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구속영장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체포 상태가 유지된다.
공수처와 경찰이 참여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15일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3일 만이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당일 공수처 조사에 응했지만 진술을 거부했고, 이후 둘째날과 셋째날 공수처 조사 자체에 응하지 않은 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머물렀다. 공수처는 조사 상황과 상관 없이 윤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자료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체포 시한 내 법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청구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윤 대통령의 주거지 관할 법원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앞서 체포영장도 같은 이유로 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의 관할 법원이 서울중앙지법이라며 체포 영장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중앙지법은 전날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중앙지법에서 수사 정당성을 인정받은 만큼 윤 대통령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번에도 주거지 관할 법원에 청구한다는 원칙을 따랐다. 오히려 공수처가 이제 와서 영장 청구 법원을 변경하면 처음 체포영장을 청구할 당시 ‘발부 가능성을 따져 법원을 골랐다’는 윤 대통령 측의 비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비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곧바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돌입해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청구일 2~3일 뒤에 심문 기일이 잡히기도 한다. 영장발부 여부는 영장실질심사 당일 늦은 밤이나 자정을 넘겨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다음 날 오전 3시에 영장이 발부됐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심사 당일 오후 11시쯤 영장이 발부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 가량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구속 기간 중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앞서 공수처와 검찰은 구속 기간 20일을 각각 10일씩 나눠 쓰기로 협의했다. 구속 기간은 최초 체포한 시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오는 설 연휴 전에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검찰과 추가 협의를 거쳐 사건 이첩 날짜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면 검찰은 남은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 기한이 끝나는 다음 달 3일 이전에는 윤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