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전 9시5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으로 들어서자 고요했던 법정 안에 카메라 셔터와 플래시 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방송사 영상카메라 5대와 신문·통신사 스틸카메라 3~4대가 촬영을 시작하면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사진·영상으로 남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사건 2차 공판에 탄핵심판 때와 같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구속피고인 대기실을 통해 입장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일반 방청객과 동선을 분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와서 변호인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후 재판부가 입정하자 일어서서 가볍게 꾸벅 인사를 했다.
재판부는 “언론기관 등의 법정촬영 신청이 있었고, 피고인의 의사를 묻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은 뒤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해서, 이전의 유사 사안과 마찬가지로 공판 개시 전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가 오전 10시1분 “공판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촬영을 종료하도록 하겠다”며 장내를 정리하기까지 약 4분간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촬영이 계속됐다.
윤 전 대통령은 촬영 동안 아무 말없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플래시가 계속 터지자 허공을 보거나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
尹 “증인신문 필요없다”에 재판장 “재판 의심은 잘못” 쓴소리
지난 14일 1차 공판 때는 약 93분간 직접 변론에 나섰던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아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재판은 증인인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열리는 날이었다.
대신 피고인석에서 얼굴을 책상 쪽으로 숙인 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졸음을 쫓느라 눈가를 손으로 문지르느라 옆자리 윤갑근 변호사와 이따금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가 넘어 재판을 마무리할 즈음에서야 6분간 발언에 나섰다.
그는 “계엄은 가치중립적인 것이고, 칼과 같은 것”이라며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고 하지 않듯, 민주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시키고 대통령이 독재를 해야 내란이라는 관점에서 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기독재를 위한 쿠데타라는게 증명이 돼야 한다”며 “12‧12와 5‧18에서 신군부가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 계엄은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 계엄이 내란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내란죄의 법리와 로직을 딱 세워놓고 재판하면 본질과 관련없는 걸 굳이 증인신문할 필요가 없다”며 재판 진행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이에 “재판부가 명확한 기조로 진행하는 재판을 의심하면 잘못된 것이고, 검찰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까지 유죄 입증을 하는 건 존중을 해야 한다”며 재판장이 제지하기도 했다.
━
특전사 대대장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날 증인신문에서 조성현 단장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국회 경내로 들어가서 국회 출입 인원을 통제해라’고 지시했고 당시 제가 전달받은 맥락에서 ‘인원’은 ‘국회의원’ 말고는 없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저 지시에 ‘예 알겠습니다’ 하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다시 전화해 ‘이건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이고, 특전사령관과 소통해야한다’고 말씀드렸고, ‘특전사가 들어가 있으니 의원을 끌고나오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라’는 변경 임무를 받았다”고 했다.
국회에 직접 침투한 특전사 병력을 지휘한 김형기 대대장은 법정에서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으로부터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듣길, 문짝 부수고 유리창 깨서라도 국회의원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라고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 지시는 대통령 지시라고 이해했다”면서도 “당시 이미 병력은 흥분돼있는 상태여서 제가 끄집어내라 했으면 그대로 이행했을 것이지만, 이행할 생각이 없어서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등병으로 시작해 23년 군생활 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지켰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말로 유명해진 문장이다. 김 대대장은 “명령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일때 따르는 건데, 12월 4일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나”며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그럼 제 부하들은 항명도 아니고 내란도 아니게 된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