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 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복,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 양향자, 나경원, 이철우, 한동훈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핵무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경원 후보가 ‘핵 주권 확보’, 홍준표 후보가 ‘남북 핵균형’, 한동훈 후보가 ‘핵 잠재력 확보’ 등의 이름으로 핵무장론 공약을 내놨다.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핵무장 공약을 내 건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17일 비전 발표회를 통해 “홍준표 정부는 앞으로 남북 핵균형과 강한 힘을 바탕으로 무장평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한미 핵 공유,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탐색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도 이날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긴밀히 논의해 ‘핵 주권 확보 비상 로드맵'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조별 토론회에서도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1년 안에 핵무장을 결단, 실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국가 핵전략 사령부'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한미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력히 지지하며, 조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포함시킨 ‘민감국가’ 명단도 15일 결국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한국 정치권에서 높아진 핵무장론이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대안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핵무장론이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의 안보와 첨단기술 등에 피해를 입히는 상황인데도, 눈을 감은 맹목적 핵무장론이다.
반면, 19일 국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오랫 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핵무장론과 거리를 두고 태도를 바꿨다. 그는 “일방적으로 핵 개발을 할 경우에는 많은 무역 규제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의 많은 규제 속에 둘러싸일 수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핵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는 되지만 실질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감정에 치우쳐서 일방적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하게 한미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특보단장인 위성락 의원은 2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대선 후보들이 핵무장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등을 보면서 이들 정치인들이 조금은 주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난번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전술핵’에서 더 나아가 완전히 ‘핵무장론’으로 점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민감 국가 지정을 두고도 많은 논란과 우려가 있었는데, 핵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많은 반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라의 명운이 달린 일을 냉정한 시각과 국제적 감각의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