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업에선 기도비 액수 커... 1억은 통상 비용"
대기업 임원들, 회장 연임 청탁하려 접촉하기도
통일교 인사와 336번 통화 "금융권은 윤한홍이"
대기업 임원들, 회장 연임 청탁하려 접촉하기도
통일교 인사와 336번 통화 "금융권은 윤한홍이"
무속인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가 2024년 12월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여권 정치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검찰 조사에서 재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기도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2018년 경북 영천시장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공천 청탁 명목으로 특정 후보 측에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일 한국일보가 전씨의 검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씨는 종교계 인사와의 대화 과정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금융권은 윤 의원이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12월 17일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모씨가 "큰 그림을 함께 만들어보자. PF(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 개발 관련 대규모 대출)를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전씨는 대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전씨가 윤씨와 함께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2023년 12월부터 1년 간 336번 통화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전씨가 윤씨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윤씨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500만 원씩 두 번에 걸쳐 받은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씨는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에 접근하기 위해 청탁 목적으로 고문료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정치권과 재계에서 받았던 기도비 액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영천시장 공천 청탁으로 받은 1억 원이 통상적인 '기도비'라고 주장하면서 "큰 기업의 회사 기도는 큰 액수를 받는다"며 "(최대) 3억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했다. 전씨 진술이 과장됐을 수는 있지만 허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본보 취재 결과, 윤석열 정부 들어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회장 연임을 청탁하려고 전씨를 직접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의 친분도 언급했다. 이 전 청장은 2018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불법적인 뒷조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수감된 이 전 청장) 면회를 매일 다녔다"고 진술했다. 이 전 청장은 전씨 주도로 2017년 설립된 '연민복지재단' 대표를 맡기도 했다.
전씨는 '기도비'를 대부분 현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말부터 2018년 12월까지 전씨 아내에게 입금된 현금과 수표는 6억4,395만 원에 달했다. 하루에 1억6,000만 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현금 1억6,500만 원이 발견됐다. 전씨는 "나에게 생기는 현금 수익은 전부 기도비"라며 "뭉텅이 돈을 갖다주면 쌀통에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전씨 아내가 2017년 운영하는 경기 가평 소재 광산의 '석면 함유 가능 물질 생산 승인'을 정부에 신청하는 과정에서 윤 의원 도움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의 전씨 법당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광업채굴권' 서류에는 전씨 아내가 귀사문석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승인신청서와 함께 '윤의원이 보낸 내용^^'이라는 문구가 적힌 A4 문서가 있었다. 문서엔 "공문을 받고 청문 절차에 따라 현재 상황에 대해서 소명하면 1년 추가 유예하는 것으로 산자부 광업등록사무소하고 맞춰놨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윤한홍 의원 보좌관이 귀사문석 선산의 인허가를 윤 의원 지시로 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