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게임장 업주 상대 상습갈취 45명 입건
서울 전역 235곳 수소문해 피해업소 확인
피해자들 ‘손님 끊길라’ 신고 대신 ‘명단’ 남겨
서울 전역 235곳 수소문해 피해업소 확인
피해자들 ‘손님 끊길라’ 신고 대신 ‘명단’ 남겨
게임장 업주 갈취 피의자 중 한 명(왼쪽)이 서울의 한 성인게임장 입구에서 현금을 갈취하는 장면.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성인 게임장 업주들에게서 여러 차례 현금을 갈취한 44명을 검찰에 넘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서울 곳곳 성인 게임장에서 상습적으로 돈을 갈취한 혐의(상습 공갈, 공갈) 혐의를 받는 피의자 44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20일 밝혔다. 범죄 이력이 있고, 상습성이 인정되는 2명은 구속됐다. 1명은 지명 수배 중이다.
수사는 경찰이 ‘서울 동대문구 게임장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현금을 갈취하는 자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서울 전역에 등록된 게임장 총 235곳을 수소문해 피해 업소를 확인했다.
경찰 추적결과 입건된 피의자 45명은 동대문구 등 10개 구 내에 있는 게임장 22곳에서 피해자 29명을 상대로 총 1억40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소는 2022년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총 2400만원을 뺏겼다. 피의자 A씨는 2018년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동대문구, 강남구 등 9개 구에 있는 게임장 16곳에서 총 156회에 걸쳐 1926만원을 갈취했다. 한 번에 평균 약 12만원가량을 뜯어낸 셈이다.
피의자들은 게임장에 방문해 “밥값이 없다”고 말하며 상습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종업원에게 시비를 걸고, 큰 소리를 행패를 부렸다. 게임장을 찾은 사람들은 가게가 소란스러우면 게임을 그만두고 나간다는 점을 악용했다.
피해자인 게임장 업주들은 영업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업주들은 경찰이 게임장에 드나들면 손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부분은 1회에 요구했던 금액이 2~3만원 정도로 크지 않고, 신고하면 번거로워진다는 점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 게임장에서는 ‘똥물 수첩’이라는 장부를 남겨둔 것으로 조사됐다. 업주들은 현금을 갈취하러 오는 피의자들을 ‘똥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부에는 이들이 찾아온 날짜와 금액 등이 적혀 있었다. 피의자들은 추적을 피하고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신들을 ‘망치’ ‘쐐기’ ‘도끼’ 등 별명으로 칭했다. 경찰은 업주들이 장부를 보여주며 ‘이번 달에 이 만큼이나 왔다 갔다’고 피의자들에게 말하며 피해액을 줄여보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범죄 조직’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들 중 일부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고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거나 지휘·명령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수법이 나쁘지만 생계형 범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역수사단은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이뤄지는 음성적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해 계속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