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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 관세 위협으로 양보 얻어내려는 트럼프에
사실상 ‘저자세 가이드라인’…끌려다니는 협상 우려
제65주년 4.19혁명 기념일인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화하기 위해 재단에 오르고 있다. 2025.4.1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 등을 논의할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하기로 했다. 고율 관세 위협으로 여러 양보를 얻어내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는 국면인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국에 “맞서지 않겠다”며 사실상 ‘저자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협의를 한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일정과 의제는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의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춘계회의 참석을 계기로 통상 현안을 논의할 이번 협의는 24~25일 중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평택/연합뉴스

한국은 미국이 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호주)·영국과 함께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한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회동을 ‘협의’라고 이름 붙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57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적용을 7월9일까지 유예한 상태에서 한·일 등을 대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2+2’ 협의는 미국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안 장관 등이 잇따라 방미해 미국 쪽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번에는 상호관세 90일 적용 유예 이후 미국 행정부에서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된 베선트가 나서면서 양쪽 재무장관이 참여하는 무게감이 실리는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은 트럼프가 지난 8일 한 대행과의 통화 뒤 “원스톱 쇼핑”이라고 표현한 다양한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한국의 엄청나고 지속 불가능한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이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합작투자,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 산업 협력,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등 에너지 사업 검토,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카드로 삼아 25% 상호관세 철회 또는 경감을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한 대행은 20일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항공기 구매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조선 산업 협력으로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백악관에서 베센트·그리어 및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협의를 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 쪽이 일본의 자동차 안전 기준과 쌀 유통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농수산물 수입 확대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아카자와를 따로 만난 트럼프가 “무역적자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행이 미국의 ‘은공’을 강조하며 맞서지 않겠다고 밝혀,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대행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한국에 “미국이 원조, 기술 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해줬다”며 “우리의 산업 역량과 금융 발전, 우리 문화, 성장, 부유함은 미국한테 도움을 크게 받은 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상은 “미국의 행동을 맞서야 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양쪽에 윈윈이 되는 해법”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일부 산업 분야는 “일부 문제들을 겪을 수 있다”며 특정 산업의 희생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한 대행의 이런 태도는 미국 각료들을 상대할 최 부총리나 안 장관의 발언과도 톤이 다르다. 최 부총리는 15일 국회에 출석해 “상대방이 있는 것이라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협상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장관도 20일 한국방송(KBS)에 출연해 “섣불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어 양국이 상호 호의적으로 풀도록 협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는 2030년까지를 유효기간으로 지난해 협상이 타결된 상황이라 재협상을 위한 “분명한 틀”은 없다면서도 “이슈들에 따라” 협상을 재개할 뜻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등 무역과 안보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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