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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시 선관위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저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온 사람입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66)은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시 선관위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선거제도를 알면 알수록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3년 7월 취임한 김 총장은 35년 만에 선관위 외부에서 임용된 사무총장이며 최초의 법원장 출신 사무총장이다. 그는 벽에 걸린 ‘엄정중립 공정관리’ 글씨를 가리키며 “저는 부정선거 의혹 해소와 비리 척결이라는 두 가지 사명을 갖고 사무총장에 취임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선관위 서버를 공개하라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최초로 22대 총선 재검표와 선관위 서버 검증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재판부에 서버 검증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김 총장은 “국민이 보고 싶다면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며 “서버를 공개해 부정선거론을 해소할 수 있다면 천문학적인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임의대로 서버를 공개하면 법적 문제가 생기지만 법원의 적법한 결정이 있으면 당연히 공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서버 검증을 한번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검증 과정에서 보안이 노출되기에 검증 이후 서버를 재구축하는 비용이 수백억원 예상됩니다. 저는 부정선거론 때문에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보다는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부정선거 의혹의 근원적 이유는 ‘국민이 선거 과정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불투명함”이라며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후 투·개표 절차를 투명하게 보여드리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사전투표함 바꿔치기나 투표지분류기 해킹 의혹을 제기한다. 선관위는 지난해 22대 총선부터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24시간 생중계했다. 투표지분류기가 후보자별로 분류한 투표지를 개표사무원이 일일이 확인하는 수검표 단계를 추가했다.

부정선거를 의심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총장은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이다. 김 총장은 “대학 시절 윤 전 대통령은 듬직했던 친구로 기억한다”며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해주길 바랐는데 선거조작을 믿고 초법적 혼란을 일으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몰랐는데 (12·3비상계엄 후인) 지난해 12월12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이야기를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독선’이란 단어가 생각났어요. ‘나는 착한데 저놈들은 나쁘다’는 본인만의 생각에 너무 사로잡힌 것이 아닐까요.”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담화에서 “선관위는 사법부 관계자가 위원으로 있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아)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전제 조건이 잘못됐다. 검·경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며 한 번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일도 없었다”며 “부정선거는 법원 이전에 검·경 단계에서도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경기 과천시 선관위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기록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공정선거에 대한 신뢰를 감사원 직무감찰로 드러난 채용비리가 흔들었다. 김 총장은 채용비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조치를 끝내고 국민께 알려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경력채용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는 고위공무원 자녀 10명에 대한 임용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비리에 연루된 고위직 4명을 2023년 경찰에 수사의뢰한 데 이어 지난달 4명을 추가 수사의뢰했다.

“외과의사가 암 수술을 할 때는 암이 완전히 퍼지지 않은 외곽 조직이라도 넓게 도려낸다고 합니다. 선관위 조직을 살리기 위해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으면 철저히 물어서 법원 판단을 받는 것이 옳습니다.”

김 총장은 선관위가 셀프 개혁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선관위에 자정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상당히 바뀌었고 비슷한 비리는 벌어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김 총장은 취임 이후 선관위에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관을 외부에서 임용했다. 지방직 경력채용과 비다수인 경력채용을 폐지하고 면접위원을 전부 외부 인사로 위촉하고 있다.

“제가 선관위에 와서 보니 구성원들이 ‘선거관리제일주의’를 내세운다고 느꼈습니다.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한 규정은 조금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는 준법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명확히 강조하려 노력했습니다.”

김 총장은 선관위를 해체하고 행정부 등에 선거관리를 이관하자는 주장에 대해 “국민이 선택하실 몫”이라면서도 “선관위가 행정기관이 되면 부정선거를 예방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거쳐 독립된 헌법기관이 됐습니다. 한국은 행정부가 선거를 관리할 때 부정선거가 자행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는 현재 상황에서 부정선거의 폐해가 있던 행정기관으로 되돌리는 것이 맞을까요.”

김 총장은 “이번 대선은 국가의 운명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선거”라며 “국민의 총의가 선거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입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에 너무 아픈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극단적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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