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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저축은행 건물, ‘더 헤리티지’로 재탄생
신세계백화점, 4월 9일 개장

1935년 당시와 90% 동일 수준으로 복원
‘네오바로크 양식’ 최대한 살려

K-문화 랜드마크 만들기 위해 한국 장인과 협업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 들어서
신세계 더 헤리티지 외관. (사진=신세계백화점)
서울 명동은 근대 도시문화의 상징이다. 일제강점기 본격적인 상업지로 변모하면서 은행, 백화점 등이 줄지어 들어섰다. 최초의 백화점, 최초의 근대식 은행, 최초의 고딕 양식 성당 등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건물이 많다. 신세계백화점 옆에 있는 5층짜리 옛 SC제일은행(조선저축은행) 본점도 그중 하나다.

이 건물은 한 세기에 가까운 도시의 기억을 품고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타임캡슐’로도 불린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간 문화유산을 누리지 못했다. 보안이 철저한 은행으로 운영돼온 탓에 1층을 제외한 2~5층의 출입은 제한돼왔다.

이런 조선저축은행이 ‘더 헤리티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 건물을 매입한 신세계백화점이 10년을 공들여 복원한 결과다. 신세계 본점과 연결해 역사·문화·쇼핑 등 명동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신세계 본점만 가능한 ‘더 헤리티지’신세계백화점의 ‘더 헤리티지’는 이름부터 ‘유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문화재 가치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방식으로 한국 건축사의 기념비적 건물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더 헤리티지의 시작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민관 금융기관인 조선저축은행이 모태다. 1930년대 신고전주의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과 국산 화강암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1989년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유형문화재 71호로 지정됐다.

신세계가 조선저축은행을 리뉴얼하면서 ‘더 헤리티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대한민국 유통 근대화 역사가 담긴 ‘신세계 본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현재 신세계 본점은 1930년 지어진 미츠코시 백화점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확장했다.

비슷한 시간을 거쳐온 신세계 본점과 조선저축은행은 ‘근대 도시문화의 상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진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공간인 만큼 그 자체로 ‘헤리티지’가 될 수 있다고 신세계는 강조했다.

1층 천장의 모습. (사진=신세계백화점)
천장 가득 심어진 장미신세계는 더 헤리티지 복원 기준을 1930년대 ‘최초의 모습’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는 물론 30여 차례 이상 국가유산위원회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1935년 준공 당시와 90% 동일한 수준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복원을 통해 1층 천장의 ‘꽃’이 드러났다. 조선저축은행 설립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로제트(장미 모양의 장식 문양) 석고부조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바로크 양식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석고 조각·부조·기둥·아치 등을 과감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게 특징이다.

로제트 석고부조는 한국 근대 건축물 장식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는 장식이기도 하다. 1층에 입점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에서도 로제트 석고부조가 보인다. 문화재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에서 천장을 건드리지 않았다.
복원한 엘리베이터 홀의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계단실의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90년 전으로 돌아간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도 현대식이 아니다. 1935년 건물 준공 당시 사용했다. 이때문에 아라비아 숫자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디지털 표시등이 아닌 반원형 무늬에 각인된 숫자에 불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내부도 좁다. 3~4명이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가득 찰 정도다. 원형 그대로의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내부를 확장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계단은 화강석 마감재로 완성했다. 엘리베이터는 1994년 문화재 수리 대수선 공사 당시 일부 변형돼 다른 마감재를 사용해왔으나, 신세계가 이번 복원 기준을 1935년으로 잡으면서 준공 당시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4층 역사관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4층 강당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기둥 보·징두리벽까지 재현백화점이라고 하기엔 특이한 장소도 있다. ‘4층 강당’이다. 정식 명칭은 ‘더 헤리티지 뮤지엄’이다. 신세계는 4층 전체를 전시관으로 사용한다.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옆으로 하얀 통로가 나온다. 이 통로를 지나면 텅빈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1935년 조선저축은행이 강당으로 사용한 곳이다. 신세계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4층의 천장, 기둥·보 장식, 목재 징두리벽(벽에 단단하게 고정한 장식) 등을 복원했다. 샹들리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90년 전 모습과 유사하다.

제일은행은 4층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기존의 천장 장식을 다 가리고 일반 석고보드로 마감했었다. 신세계가 복원 공사 당시 천장 석고보드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1930년대 천장이 그대로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살리기로 결정했다. 네오바로크 문양의 아치형 기둥과 보 장식이 인상적이다.

첫 전시는 4월 17일 열리는 ‘명동 살롱’이다. 1950~60년대 서울의 중심이었던 명동 일대를 사진가 3인의 시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전시다.
과거 은행에서 사용했던 금고. (사진=이승재 기자)
백화점에 들어선 '대형 금고'뮤지엄 옆으로는 역사관이 있다. 한국 유통 상업자를 조명하는 상설 전시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조선 저축은행 일대의 역사를 기록한 보관소 개념이다. 신세계가 과거에 출시했던 PB 제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4층 역사관으로 들어가면 이색적인 소품이 있다.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큰 '금고의 문'이다. 준공 당시 조선저축은행이 설치한 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안 등급을 높이기 위해 현대식 문으로 교체하면서 이 문은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왔다.

신세계는 조선저축은행의 역사적 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의 일부로 남겼다. 방문객들은 이 문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5층 전시관. (사진=이승재 기자)
5층 디저트 살롱. (사진=이승재 기자)
K-문화의 랜드마크신세계는 한국의 장인들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5층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다. 5층은 전시 공간과 디저트 살롱, 중앙정원으로 구성된다.

‘한국의 미’를 알리는 곳이다. 작가와 작품의 공예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워크숍’과 전시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적 소재, 전통의 생활방식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진행하지만 공통 테마는 ‘한국’이다. 전통에서 현재까지 한국인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생활의 지혜와 한국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한국의 장인, 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첫 전시의 주제는 ‘보자기’다. 신세계는 4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담아이르다’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연다. 우리 문화 속 보자기에 대한 이야기다.
지하 1층 기프트샵. (사진=이승재 기자)
장인 작품’으로 최상의 것’ 제공한다지하 1층에는 ‘기프트샵’이 들어섰다. 한국인의 일상과 소재에 집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한국 공예 장인들이 직접 빚었다.

기프트샵의 제품은 하우스오브 신세계 헤리티지의 담당부서 ‘아트 앤 스페이스’가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냈다. 한국인의 삶을 연구하는 장인들을 선별했다. 5층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일부의 제품도 기트프샵에 입점했다. 4인의 공예단체인 ‘온누비’가 대표적이다.
1·2층의 유일한 매장, 왜 '샤넬'인가이번 더 헤리티지 오픈에서 주목을 받은 매장이 있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이다. 신세계가 1~2층의 대부분을 샤넬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샤넬은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남는다"라고 했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래도록 남는 스타일을 중시했다. 그 결과 샤넬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패션 해리티지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 샤넬이 신세계 해리티지의 유일한 매장으로 들어선 것은 우연치고는 전략적 설계의 느낌이 배어있다.

에르메스도, 디올도 아닌 '샤넬'이 들어선 것은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신세계가 '더 헤리티지'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와 같기 때문이다.

샤넬은 '예술의 애호가'로 유명했다. 발레부터, 음악, 연극, 미술, 문학 등 분야에 상관없이 다양한 영역에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발레 무용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화가 파블로 피카소,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 음악가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유명한 예술가와 가까이 지내며 영감을 얻었다. 브랜드 샤넬은 창업자의 철학에 따라 100년이 넘는 예술 후원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매장은 샤넬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피터 마리노가 설계했다. 더 헤리티지의 역사적인 건축 요소를 보존하면서 샤넬 하우스의 특징을 담아냈다.

매장에는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이 추구했던 예술가 후원 전통을 이어받아 피터 마리노가 직접 선정한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70여 점의 예술작품과 오브제·가구 등이 전시돼 있다.


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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