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탄소 포집 목표 실현 어려운 상황
불투명한 기술 "목표 재조정해야"
탄소 포집 목표 실현 어려운 상황
불투명한 기술 "목표 재조정해야"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에서 운영하는 다윈 LNG 터미널 내에 이산화탄소 분리 공정을 위한 탄소 포집(Carbon Capture)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흡수탑 모습.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저감하기 위한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은 노르웨이나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로 시행 중이지만, 한국은 아직 저장소 확보나 경제성 측면에서 초기 단계다. SK E&S 제공
'연 480만 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수단 중 하나로, 2030년에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를 포집 및 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하기로 계획한 탄소량이다. 하지만 포집한 탄소를 묻을 저장소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적힌 CCS 활용 탄소 감축 계획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8개 정부 R&D 보고서 분석했더니
민간 기후 싱크탱크 플랜 1.5도는 10일 발간한 '2030 CCS 감축 목표 달성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서 "동해 가스전 이외 추가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 확보에 실패하고, 경제성 확보도 상용화할 수준에 미치지 못해
2030년 CCS 부문 감축 목표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플랜 1.5도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까지 결론이 난 CCS 관련 정부 8개 연구개발(R&D) 최종보고서를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론이다.연관기사
• 탄소포집 기술력 6년 뒤처지는데… '녹색성장' 신기술 될까 [탄소포집, 희망일까 환상일까](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0800330005343)
CCS는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고갈된 유전이나 가스전, 염수층 등 땅속 깊은 곳에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신기술을 뜻한다. 노르웨이나 호주 등 CCS를 대규모로 활용하는 일부 국가도 있지만, 한국은 초기 단계다.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국내 CCS 여건이 미성숙하고 경제성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정식 '탄소 감축 수단'으로 포함시키는 데 비판적 의견을 내왔다. 하지만
정부는 2021년 발표한 2030 NDC에서 CCS 부문 감축 목표를 400만 톤으로 정했고, 2년 뒤 '탄소중립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는 그 수치를 480만 톤으로 상향
했다.기술적 리스크 크고 고비용 여전해
하지만 정부가 2021~2024년 동안 예산 683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8개 CCS 관련 주요 R&D 결과를 보면
2030년 감축 목표치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플랜 1.5도 평가
다. R&D 과제는 △서해 대륙붕 저장소 확보 △동해 가스전 실증 모델 구축 △호주·캐나다 등 해외 저장소 확보 등 3개로 나뉜다.연관기사
• 탄소저장소 확보 위한 서해 시추 중단… 탄소중립 계획 차질 빚을라(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0513560002178)
우선 서해 대륙붕 저장소 확보 R&D의 경우, 2023년 5월 발생한 안전사고를 계기로 CCS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평가를 진행한 결과 해당 사업을 '불성실'로 판단하고 사업 진행을 전면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랜 1.5도는 "해당 과제는 기본계획상 '대륙붕 탐사 시추로 1억 톤 규모 저장소 확보' 계획을 뒷받침하는 핵심 사업이었으나, 취소 여파로 사실상 서해에서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을 저장하겠다는 정부 목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동해 가스전. 지난해 가동을 멈춘 뒤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 사업 같은 경우, 동해 가스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저장소 확보가 가능하다고 평가된 곳이다. 다만 연간 주입량을 100만 톤 정도로 하면 총 저장 기간이 7년에 불과해 경제성도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호주·캐나다·말레이시아 등 해외 저장소에 국내 발생 탄소를 묻는 것이 가능할지 경제성 분석도 이뤄졌지만, 제도적 리스크가 큰 데다 돈도 너무 많이 드는 것으로 결론 났다.
올해 정부가 2035 NDC를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CCS라는 불투명한 기술에 과도한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플랜 1.5도 조혜원 정책활동가는 "정부는 실현가능성 낮은 CCS 감축 목표를 지금이라도 재조정하고,
향후 2035 NDC 설정에서도 기술적 리스크와 낮은 경제성을 반영해 관련 목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2035 NDC 관련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인데 이번 분석 내용을 공유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CCS 기술 진행 수준을 감안해 2035 NDC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