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첫 대응…공화당 텃밭·대유럽 수출의존 상품 겨냥
'협상 불발 대비' 상호관세 보복조치 초안도 내주 공개
'협상 불발 대비' 상호관세 보복조치 초안도 내주 공개
EU 집행위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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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내주부터 미국 공화당 텃밭 수출 상품을 겨냥해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지난달 발효된 미국의 철강관세 대응 차원으로, EU는 당초 예고한 것보다 대상 품목과 관세율을 낮추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철강관세 보복조치에 대한 회원국 표결이 가결돼 오는 15일부터 관세 징수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27개국 중 유일하게 헝가리가 반대표를 던졌으나 시행 저지를 위한 정족수엔 한참 못 미쳤다.
집행위는 "미국이 공정하고 균형잡힌 협상 결과에 합의한다면 이러한 대응조치는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연쇄적인 관세 부과 결정 이후 EU가 확정한 첫 보복조치다. 집행위가 초안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확정된 것이기도 하다.
집행위는 이날 가결된 확정안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에 사전 유출된 67쪽 분량의 보복관세 목록에 따르면 담배, 오토바이, 가전, 가금류, 목재 등 총 220억 유로(약 36조원) 규모 미국산 상품에 10∼25% 추가관세가 부과된다.
공화당 텃밭 지역 상품과, 대(對)유럽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품이다.
집행위는 당초 260억 유로(약 42조원) 규모로 대응할 계획이었지만 회원국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일부 품목이 삭제됐다.
EU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반격 경고'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 회원국이 강한 우려를 제기한 미국의 버번위스키가 제외된 것이 대표적이다.
보복 관세율도 계획보다 낮췄다.
집행위는 애초 보복조치를 두 단계에 나눠 시행하겠다며 대상 품목 목록을 부속문서Ⅰ,Ⅱ로 나눴고, 일부 품목은 두 개 부속문서에 모두 포함돼 누적 관세율이 50%(25%+25%)에 달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확인 결과 유출된 문건 상으로는 이처럼 중복된 품목이 없어 최고 관세율이 25%에 그칠 전망이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의 경우 집행위 초안으로는 관세율이 현행 6%에서 56%로 오를 예정이었지만, 유출된 최종안대로라면 31% 관세가 부과된다.
집행위는 확정안을 오는 15일, 내달 16일, 12월 등 세 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민감한 품목'일수록 보복관세 부과 시점을 늦췄다. 협상 카드로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미국산 대두는 12월에야 보복관세 부과가 시작되는데 대두는 이번 보복관세 목록에서 가장 상징적이며 핵심 품목으로 꼽힌다.
미국이 전 세계 두 번째 규모의 대두 수출국인 데다 EU로 수출되는 물량의 약 83%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공화) 고향인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생산된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집행위는 철강관세보다 훨씬 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 상호관세에 대한 대응책도 고심 중이다.
자체 추산에 따르면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로 각각 2천900억 유로(약 470조원), 670억 유로(약 109조원) 상당 수출 제품이 영향을 받는다. 철강관세 영향은 260억 유로(약 42조원) 정도다.
이에 집행위는 협상을 하자며 자동차 및 모든 공산품에 대한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단칼에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미국산 에너지를 더 많이 구매할 것을 요구했고 집행위는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즉각 반응했지만 진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행위는 협상 불발에 대비해 이르면 내주 자동차와 상호관세 보복조치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제정 이래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이하 ACI) 발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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