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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중소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해 온 권모(48)씨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2012년 피자가게를 시작한 그는 코로나19 위기도 견뎌냈다. 이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카페를 열었지만, 지금은 매달 500만~700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나를 믿고 차려라, 대박 날 것’이라며 가게 위치까지 정해 줬던 가맹본부(본사) 대표는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권씨는 “일찌감치 폐업했어야 했는데, 2억원 까먹을 것을 3억원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 밑으로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벌이는 쪼그라들고 빚은 불어나며 폐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 가운데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19.8%를 차지했다. 연간 기준으로 2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올해 1월 취업자(2787만8000명)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550만 명)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였다.

크게 보면 한국의 경제가 고도화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기준 통계를 보면 미국(6.6%)·캐나다(7.2%)·독일(8.7%)·호주(9.0%)·일본(9.6%) 등 주요 선진국의 비중은 한 자릿수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사회안전망과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평가받는 나라들이다. 반면에 콜롬비아(53.1%)·브라질(32.1%)·멕시코(31.8%) 등 개발도상국은 높은 편이다.

문제는 최근 한국의 자영업 비중 축소는 경제구조 변화보다도 내수 부진에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은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는데, 지금은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는 상태”라며 “수요가 부족하니 자영업으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8000명 감소하며 1월을 기준으로 2021년 이후 처음 감소했다.



월 100만원도 못 버는 개인사업자, 사상 처음 900만명 넘어
통계청은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19.8%를 차지해 196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비어 있는 상가. [뉴시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자영업자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20만6000명(원계열 기준) 적은 규모다. 다만 통계청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엔 농사를 쉬는 농림어업 자영업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비교해도 1월 자영업자 수는 작년 11월 대비 2만4000명(계절조정계열 기준) 감소했다. 그만큼 빠르게 자영업 경기가 악화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연간 소득을 ‘0원’(소득 없음)으로 신고한 개인사업자가 105만5024명, ‘0원 초과 12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816만5161명이었다. 월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개인사업자가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 전체의 75.7%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11만1434명 증가한 숫자다.

특히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외식업계 타격이 크다. 지난해 5월까지 전북 전주에서 카페를 하다 폐업한 박모(35)씨는 ‘쓰리잡’을 하고 있다.

철거 중인 서울 마포의 한 고깃집. [연합뉴스]
박씨는 “1억원을 받았던 대출 원금이 7000만원 정도 남아 있다”며 “회사에서 퇴근한 뒤 밤 9시까지는 배달, 이후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다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 지수는 71.52로, 전 분기 대비 4.52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해당 지수는 2023년 1분기 86.91에서 계속 하락세다.

박경민 기자
폐업한 자영업자 빚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한국신용데이터(KCD) 최신 집계에 따르면 국내 총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액은 1월 1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9조3000억원)대비 30.1% 증가했다. 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폐업한 사업장 수는 48만5000개에 달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 사업장(361만1000개)의 13.4%를 차지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괜찮은 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연착륙을 위한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소매판매의 대형화·체인화·온라인화로 자영업의 입지가 줄었다”며 “다시 자영업으로 가지 않고 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고용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의 ‘건전성’을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양준석 교수는 “어려운 자영업자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등 금융정책을 폈지만, 이는 언젠가 갚아야 하는 돈”이라며 “살아남기 어려운 곳은 정리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선별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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