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회의와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 사진=연합뉴스
3월 4일부터 열리는 양회는 중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2개의 중요한 정치 회의를 가리키는 용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최고 권력기관으로 입법 기능)와 정치협상회의(정치 자문기구로 정책 제안 및 자문 역할 담당)를 가리킨다.
올해 양회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중국 증시가 강세이지만 기술주가 주도하는 흐름일 뿐 다른 산업으로의 확산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기술주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회복도 필수적인데 양회에서의 정책 발표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에도 중국은 연간 5.0% 전후의 성장률 목표를 유지할 전망이다. 전국 성장률과 같았던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의 성장률 목표가 5.0% 전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갈등, 디플레이션 등 매크로 불안요인에 연간 성장률에 대한 시장 눈높이는 여전히 4.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가(CPI) 목표는 2024년의 3.0%에서 2.0%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년간 중국 경기는 디플레이션에 처해 있었기에 목표치 1%p의 하향 조정은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 디플레이션에서 실제 탈출하냐 여부이다.
작년 12월의 경제공작회의에서 ‘더 적극적인 재정’을 강조했기에 올해 확장적 재정 기조는 당연하다. 관전포인트는 지출 강도와 방향이다.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일반 재정적자와 국채가 포함된 광의의 재정지출 총액은 13.1조 위안으로 작년(9조 위안)보다 4.1조 위안 늘어나게 된다. GDP 대비 지출액 비율도 작년의 6.6%에서 올해의 9.3%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통화 완화도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경제공작회의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 기조를 ‘온건’에서 ‘적절한 완화’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간 30~40bp의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 다만 미국의 끈적한 물가로 중국의 통화 완화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위안화 안정을 위해 통화 완화 시점은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동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 경기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 말 경기부양 패키지 발표 이후 4분기 중국 부동산의 가격 낙폭이 축소되고 거래량도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반등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다. 아직 가계의 주택매입 의지가 강하지 않기에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통한 부양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양회에서는 부동산 구제에 대한 정책 의지가 지출 규모 확인이 필요하며 구제 강도가 강할수록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주요 사업의 1순위를 내수 확대, 2순위 기술자립으로 정했다. 다만 딥시크의 부상으로 미국과의 AI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고 올해에 차기 5개년 계획인 ‘15·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점에서 AI 산업의 육성과 기술자립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양회에서 언급했던 8대 전략 산업이 재차 강조되거나 더 확대될 수 있다. 이 밖에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등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도 기대된다.
철강, 태양광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기대는 강화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공업정보화부(MIIT)가 10년 만에 ‘철강산업 규범화 조건’을 수정 발표했다. 이에 향후 낙후 설비의 폐기 등 공급 축소가 기대된다. 물론 강제성이 약하지만 2021년부터 공급만 늘려왔던 중국 기업의 전략에 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글로벌 소재 가격의 반등에 유리할 수 있다. 양회에서 관련 정책 입장이 더 강화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주가는 정책 서프라이즈 여부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만약 부동산과 과잉산업 구조조정에서 예상보다 강한 코멘트가 나온다면 중국 증시는 기술주 독주에서 철강, 부동산 등 기타 업종으로의 주가 상승이 확산될 수 있다. 즉 CSI300과 같은 대형주의 상대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CSI300 지수의 12개월 예상 PER은 15.2배로 저가 매력이 높지 않다. 따라서 양회에서 매크로 부양책이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기대치를 하회한다면 오히려 산업 성장 가시성이 높은 기술주로의 쏠림이 강화될 수 있다. 항셍테크의 12개월 예상 PER은 26배로 과거 대비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4 하반기 글로벌 투자전략-중국·신흥국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