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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사들, 불안감에 "입금부터 해라"…지급계획·정산주기 축소 요구
금융부채 2조원·매달정산 5천억원 수준…현금유입 줄면 채무 불어나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전성훈 신선미 기자 = 홈플러스를 인수해 경영해온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촉발된 홈플러스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안갯속에 빠졌다.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두 세배나 길어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이 크다.

납품사들 입장에선 대주주 MBK가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물품을 납품했다가 대금을 떼일까 봐 염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금 지급 계획이 불확실하고 MBK를 믿을 수 없다며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제품 납품사나 중견 식품사, 중소기업들은 홈플러스가 제공할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전처럼 정상 납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로 금융채무 이자 비용 등 지출이 유예돼 납품 대금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유입이 현금이 줄고 납품대금과 임금 등 상거래채권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 8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의 라면 매대 곳곳이 빈 모습
[촬영 김윤구]


납품업체 "담보도 없어…정산주기 줄이고 선입금해라"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으나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 중이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납품 대금 지급을 두고 홈플러스와 협의 중"이라며 "2월 매출분이든 3월 매출분이든 대금 지급에 대해 홈플러스가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에서는 대금을 계속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이 이를 믿기는 어려워 확인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안전장치가 있을 테고 소송 비용도 충당할 수 있겠지만, 중소 납품업체는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납품사들은 앞으로 기일이 도래할 대금에 대해 확답을 달라고, 정산 주기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서 정산 주기가 길다. 기업별로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계산해주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평균 25일 내외로 정산하고,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평균 10일 이내 정산한다. 롯데마트의 정산 주기도 20∼30일이다.

납품사들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기존 계약보다 정산 주기를 대폭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급작스러운 회생 신청으로 신뢰가 무너졌고, 자산 동결로 미정산 시 받아낼 방법도 없으니 '선입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티메프(티몬·위메프) 상황을 경험한 업체들로서는 담보도 없이 납품을 지속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주요 협력사 납품 속속 재개
(서울=연합뉴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로 인해 납품을 일시 유예했던 주요 협력사들이 납품을 속속 재개키로 해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강서점에서 고객이 쇼핑하는 모습. 2025.3.7 [홈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홈플러스 매달정산 상거래채 5천억원 수준…채무 늘어날까 촉각
홈플러스의 매장 영업이 정상화하려면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그러나 어음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MBK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문제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채무 조정 대상이 될 금융 채권 규모는 약 2조원이다.

관건은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과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나간 상거래 채권 규모를 보면 5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천억∼3천500억원이 지출된다.

임직원 월급은 560억원씩 매달 나가고, 임대점주(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이다.

통상 홈플러스 월매출은 창립세일을 하는 3월과 휴가철인 7월, 연말 소비시즌이 낀 12월에 각각 7천억∼8천억원으로 가장 높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진율이 30%라서 회생 중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마진에서 임직원 월급과 건물 임대료, 전기·수도세, 금융 이자 비용을 제하면 통상 한 두 달에 1천억원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생개시로 이자 지출이 유예됐고, 건물 임대료(연간 3천400억원)도 재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창립세일 홈플런 이즈 백 행사가 진행되는 3월에만 영업활동을 통한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MBK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바람에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목표한 현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당장 하루 이틀 납품이 중단된 라면 등 품목의 경우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에서 매대가 비어있는 곳이 발생했다.

지난 8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을 찾은 주부 노모씨는 "매대 곳곳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집 근처 매장이 문 닫지 않도록 응원하는 마음으로 장 보러 왔는데 찾는 상품이 없어 다른 슈퍼마켓도 들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납품하는 식품업체와 중소기업들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대금 지급 계획을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산주기 축소, 선입금 등도 요구하고 있다.

영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해 이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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