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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법원의 구속 취소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귀가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소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지적하면서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오는 걸 목표로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법조계에선 “구금의 위법성을 따지는 데 적용된 논리가 기소 자체를 무효로 하는 데에도 적용될 가능성은 작다”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 사건을 주도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이 적법한지에 대해 “명확성이 없다”며 구속 취소 사유 중 하나로 인정했다. 공수처는 “내란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대상 범죄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관련 범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적법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봤다. 절차상 흠결을 지적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이 결정을 계기로 윤 대통령 측은 향후 재판 내내 ‘수사·기소가 절차상 위법했다’는 주장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마자 ‘영장 쇼핑’ ‘수사기록 목록 열람 등사 거절’ 등 수사기관의 흠결을 나열하며 여론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측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했다면 지금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권한은 물론 역량도 없는 공수처가 (혼란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공소 기각’ 판결을 이끌어내는 전략도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공소 기각은 재판을 청구할 때 요구되는 ‘소송 조건’을 위반하거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을 때 내리는 판결이다. 윤 대통령 측 입장에선 구속 취소 사유가 된 수사·기소의 절차상 위법 문제를 들어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 자체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피고인을 구금하는 구속 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해서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오진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1996년 대법원은 구금 과정에 위법 요소가 있더라도 공소제기 절차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고, 최근까지도 같은 법리를 적용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을 최종 기소한 기관이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란 점도 공소기각 가능성을 낮춘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구속 취소를 인용한 것은 판결에 앞서 절차를 확실히 하자는 의미”라며 “구속이 절차적으로 잘못됐다고 해도 그 자체가 공소 과정이나 유·무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하지 않고 심리를 이어가면 공수처의 수사기록이 유죄 증거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법하게 구속돼 있는 동안 수집된 자료는 증거능력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진술을 거부하는 등 공수처에 혐의를 입증할 실질적인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공수처에서 나온 증거가 재판에서 활용되지 않더라도 혐의 입증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신병만 체포하고 구속했을 뿐이지 수사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유·무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공소 기각으로 판결하더라도 검찰은 공소장을 다듬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다시 기소할 수 있다. 공소 기각은 사건 ‘형식’에 대한 결정일 뿐이므로 판결 후에도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재기소 시에는 수사권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당초 내란 수사권을 가진 경찰 수사기록만으로 공소장을 보완하면 법원이 지적했던 문제도 사라진다.

검찰의 석방 지휘로 윤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내란 사건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피고인이 구속됐을 경우 재판은 최장 6개월 구속상태 내에서 결론을 내기 위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석방 후에는 이 같은 규정이 사라지므로 이전보다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한 번 석방된 사람은 같은 범죄사실로 구속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윤 대통령을 다시 구속하려면 새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로 구속해야 한다. 그러나 내란·외환죄 외의 범죄사실들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이 되면 다른 혐의로 구속할 수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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