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인사들, 최후진술 혹평
‘법원 습격 청년’ 언급엔
“극렬 지지자 선동 목적”
임기 단축 개헌 제안 두곤
“탄핵 모면용 변명에 불과”
벌거벗은 임금에 비유
“아직도 꿈에서 못 깼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을 지켜본 보수 인사들 사이에선 26일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보수 원로·논객들은 윤 대통령이 전날 최후진술에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일으킨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표한 것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극렬 지지자를 선동한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의 벌거벗은 임금의 처지일 뿐이다” “특수부 검사의 가장 타락한 모습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에서 윤 대통령이 ‘간첩’을 25회 언급한 것을 두고 “보수권의 6080을 노린 안보 맞춤형 연설”이라며 “오로지 속이면 속일 수 있는, 말발이 먹히는 노인들을 자신의 방어벽으로 세우자는 얄팍한 (의도)”라고 말했다.
정 전 주필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대국민 호소용이라고 항변한 데 대해 “뒷감당이 안 되니 ‘장난이었어. 간첩 잡자’ 하는 코미디 같은 캠페인을 들고나온 것”이라며 “또 하나의 벌거벗은 임금의 처지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조차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존재를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만일 복귀하더라도 민주당과는 앞으로도 일말의 대화를 진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유튜브 채널 ‘조갑제TV’에서 “특수부 검사의 가장 타락한 모습”이라며 “이런 식으로 말을 비틀어서 얼마나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었나”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당신들도 반드시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 승복해야 된다. 승복하지 않으면 법치가 무너진다’는 당부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편집장은 또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불을 지르고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격려했다”며 “그러나 자기가 무참하게 짓밟은, 신세가 망쳐질 직속 사령관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들에게 ‘이 사람이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또 비상계엄을 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줬을 것”이라며 “자신의 계엄령을 새로운 방식이라고 자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호 헌법연구관’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탄핵 모면을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이날 통화에서 “내가 보수 진영에서 총선 직후 임기 단축 개헌을 제일 먼저 주장했고, 계엄 이틀 전에도 말했다”며 “그때는 듣지 않고 나를 핍박하더니 지금은 윤 대통령 등이 개헌을 주장한다. 개헌은 차기 대통령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한 계엄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계엄’이라는 건 윤석열식 내로남불 헌법 해석”이라며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극렬 지지자를 선동해 헌정질서를 위협한 게 바로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최후진술이 헌재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헌법상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명백하다”며 “윤 대통령이 어떤 주장을 하든지 설득력이 전혀 없을뿐더러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이 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억울하단 생각만 꽉 차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복귀를 국민이 찬성할 것 같지 않으니 개헌 얘기를 꺼낸 게 아닌가”라며 “지금 임기를 단축한다는 게 국민이 봤을 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 하겠다고 나설 처지가 안 된다”며 “아직도 꿈을 못 깨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