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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상법개정안
2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 대 위원장(왼쪽 다섯째)이 국회에서 열린 ‘주주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으로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문을 전달받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강행하자 재계에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개악’이라는 마지막 호소가 터져 나왔다. 과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무리한 주주환원을 요구한 것과 같은 경영 개입도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야당은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의사결정 기준을 강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충실 의무 확대가 해외 투기 자본의 지나친 경영권 개입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액주주 보호 효과는 미미한 반면, 정작 국내외 헤지펀드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등이 빈번해지는 등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2016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설비투자 예산 75% 수준인 30조원의 주주환원 요구했다. 또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계속 환원하겠다고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2018년엔 현대차에 순이익 4배 수준인 8조원의 주주환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주주 권익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상법 개정은 이들에게 국내 기업들을 먹잇감으로 내주게 될 것”이라며 “(엘리엇과 같은) 과도한 경영 개입을 더욱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상법 개정안은) 메스가 필요한 수술에 도끼를 들이대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당시엔 삼성전자와 현대차 모두 엘리엇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를 거부해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줄소송이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지금은 주주의 개별 이사에 대한 소송 제기가 인정되지 않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원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사법 리스크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주장과 달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사법학회장을 지낸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한 원인을 상법에서 찾는 것은 문제”라며 “상법 개정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기업 가치만 깎아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과 재계에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상장법인 합병 시 소액주주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사회가 합병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도록 하고, 기존 가액산정기준을 폐지하고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가액을 정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비상장 회사까지 모두 포함하고, 주가 하락까지도 주주들이 문제 삼을 수 있는 등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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