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승객 옆에 앉아 4시간 동안 비행한 미첼 링. 사진 'A Current Affair' 유튜브 캡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휴가를 가던 호주 남성이 여객기 안에서 숨진 승객 옆에 앉아 4시간 동안 비행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미러' 등에 따르면 미첼 링과 제니퍼 콜린 부부는 호주 멜버른에서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는 카타르항공편을 탔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
당시 한 여성 승객이 기내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다가 부부의 좌석 옆 통로에 쓰러졌다. 승무원은 쓰러진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살리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숨졌다.
승무원들은 사망한 승객을 비즈니스 좌석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해당 승객의 체격이 커 실패했다. 이후 승무원들은 미첼과 제니퍼의 옆 좌석이 빈 것을 확인했다. 둘 중 미첼에게 옆자리로 옮겨 달라 요청한 뒤 미첼의 자리에 시신을 앉히고 담요로 덮었다. 그렇게 미첼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동안 시신과 나란히 앉아 가야 했다. 제니퍼는 뒷줄에 앉아있던 다른 승객의 권유로 뒷줄 빈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미첼은 "쓰러진 여성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승무원들은 내 옆에 빈 좌석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만 비켜달라'고 요청했고 내가 '문제없다'고 말하자 그들은 내 자리에 시신을 앉혔다"고 말했다.
미첼 링(왼쪽)과 제니퍼 콜린 부부. 사진 'A Current Affair' 유튜브 캡처
부부는 이때 승무원들이 기내에 다른 빈 좌석이 있었는데도 자신들에게 다른 좌석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지 않았고,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의료진이 담요를 벗겨 시신을 확인하고 이송할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규약에 따르면 비행 중 사망자가 나올 경우 그 시신을 빈 줄의 좌석으로 옮긴 뒤 담요로 덮어야 한다. 항공편이 만석인 경우는 이 승객이 앉아있던 지정 좌석으로 옮겨야 한다.
부부는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에도 카타르 항공으로부터 어떠한 지원이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베네치아에서의 '꿈의 휴가'를 망쳤지만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타르 항공은 성명을 통해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항공 대변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우리 항공편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승객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