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일상생활 활용도 조사
10명 중 4명 “AI와 감정 교류 가능”
과몰입 인격 형성에 도움 안 돼
10명 중 4명 “AI와 감정 교류 가능”
과몰입 인격 형성에 도움 안 돼
“학교에서 친구가 나를 놀리는데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챗GPT에 10살 초등학생이라고 하며 고민을 얘기하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상했겠다. 너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네가 더 당당하게 행동하면 친구도 장난을 멈출 거야.” ‘고맙다’고 답하자 마무리 인사도 잊지 않는다. “네가 기운 냈으면 좋겠어. 혹시 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줘. 항상 네 편이야.”
생성형 AI 서비스가 10~20대에게 상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업무나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인식과 달리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0~20대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은 지난 7~12일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 일상생활 활용도 관련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10~20대 10명 중 4명이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까지 충분히 교류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이들은 ‘AI 서비스를 통해 정신적 상담 및 조언을 받고 싶다’고 답한 비율도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10대의 19.8%, 20대의 17%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나머지 세대는 이 비율이 15%를 밑돌았다.
이는 10~20대의 챗GPT 이용 경험이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도 연관 지을 수 있다. 10대의 95%, 20대의 84%는 챗GPT를 사용해본 적 있다고 답해 평균(71.3%)을 크게 웃돌았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10~20대는 어릴 때부터 정보통신(IT) 기기를 자주 접해온 만큼 AI에 대한 거부감도 다른 세대보다 덜하다”며 “상담자 본인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아도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장벽을 낮춘 면도 있다”고 말했다. AI 챗봇과의 대화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지난달 AI 챗봇과의 정기적 상호작용이 사용자의 외로움 점수를 평균 15% 감소시키고, 사회 불안 점수를 평균 18%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개인이 챗봇을 강박적으로 사용하면 잠재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챗봇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청소년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성형 AI가 심리 상담을 대체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아직 AI 서비스의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10~20대가 생성형 AI 서비스에 과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생성형 AI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 및 결과물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문항에 69.6%가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