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교량 붕괴… 놀란 목격자
“대포소리 난 후 뿌연 연기가 자욱
몇초만 늦었어도… 생각하면 끔찍”
콘크리트 잔해 등 어지럽게 뒤엉켜
“대포소리 난 후 뿌연 연기가 자욱
몇초만 늦었어도… 생각하면 끔찍”
콘크리트 잔해 등 어지럽게 뒤엉켜
백용해씨가 25일 경기도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용천교 공사 구간 아래를 지날 당시 교각에 올려진 콘크리트 상판이 엿가락 모양으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 있다. 백용해씨 제공
백용해(32)씨는 25일 오전 여느 때처럼 차량으로 충북 진천에서 충남 천안에 있는 납품업체로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용천교 구간 아래를 지난 직후 갑자기 뒤편에서 대포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차를 세운 백씨는 뒤를 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교각에 올려진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내려 뿌연 먼지를 내뿜고 있었다.
백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납품관리 차량을 타고 국도를 이용해 진천에서 천안으로 가고 있었는데 공사 현장 인근을 지나자마자 차 핸들이 심하게 떨려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굉음이 들려 확인해보니 연기가 자욱했고 다리가 무너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 백씨가 제공한 차량 블랙박스에서 백씨 차량은 오전 9시49분13초에 교각을 통과했다. 이후 불과 5초 후인 오전 9시49분18초에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내리는 게 보였다. 상판 3개가 마치 엿가락 모양으로 50여m 아래로 떨어졌다. 불과 5초 차이로 백씨는 생명을 구한 것이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다른 차들도 교량 아래로 지나가려다 사고가 나자 이내 속도를 줄이는 장면도 담겼다. 백씨는 “교각 아래 지방국도로 평소 차들이 많이 다닌다”며 “내 차가 몇 초라도 늦게 교량 아래를 지나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에 지나다니던 길이라 공사 중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큰 사고가 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소리가 너무 커서 차가 흔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백씨는 사고 전 전조 증상에 대해 “전혀 없었다”며 “그냥 지나오자마자 소리가 갑자기 나더니 무너졌다”고 말했다.
백씨는 “소방차와 응급차들이 막 가고 있기에 ‘인명 사고가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을 본 지인들이 천만다행이라고 걱정을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사고 후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 안성=권현구 기자
사고 후 교량 건설 현장은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어 아수라장 같은 모습이었다.
사고 현장 교량은 바닥판과 가로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프리캐스트)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현장 공정을 단순화한 ‘DR거더 런칭가설’ 공법으로 짓고 있었다. 사고는 런처라고 불리는 크레인을 이용해 거더를 교각 위에 거치하던 중에 발생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소방당국은 “설치돼 있던 빔(거더)이 무너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고정이 안 돼 있었던 점에 미뤄 설치 중 사고가 난 걸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