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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담도암센터 박형민 전문의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치료 경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담도암은 고약한 암이다. 한국이 발병률 2위,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가 최근 등장한 신약이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데, 진행 속도를 높여 달라고 촉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20일 세계 담도암의 날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외암 환자 생존율 개선 촉구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혈액암협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간환우협회가 같이 주관했다.

담도암은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담즙이 흐르는 통로인 담도,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생긴다. 지난해 말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2022년 7848명의 담도암 환자가 발생했다. 남자 4284명, 여자 3564명으로 남자가 많다.

암 발생 순위 9위의 암이다. 위암이나 갑상샘암보다 환자가 적은 데다 생존율이 낮아 '소외 암'으로 불린다.

5년 상대 생존율(같은 조건의 일반인과 비교해 산출)은 29.4%로 췌장암(16.5%) 다음으로 낮다. 2005년 23.1%에서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담도암은 인접 장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암이 전이된 후 진단 된다. 진단 됐을 때 70%가 4기라고 한다. 효과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극히 적다. 수술해도 잘 재발한다.
간암·담도암·췌장암 5년 생존율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암 센터장)는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담도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수술할 수 있는 환자가 20~30%이며 수술해도 60~70%가 재발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담도암의 증상으로 춥고 떨리는 오한 증상, 고열, 황달이 있거나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거나 소변이 진한 갈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황달이 오고 피부가 가렵다. 명치 주변의 통증, 체중 감소, 회색의 대변, 소화 불량 등도 대표적인 증세라고 덧붙였다.

담도암은 그동안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2010년 젬시스(젬시타빈+시스플라틴)라는 화학항암요법이 표준치료법이 된 이후 뚜렷한 약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12년만인 2022년 11월 면역항암제인 임핀지(성분명 두발루맙)와젬시스를 같이 쓰는 병용요법이 나와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홍정용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병용요법이 글로벌 임상 3상시험에서생존기간을 늘려준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임핀지 제조사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임핀지+젬시스' 병용요법이 담도암 환자의 2년 상대 생존율을 2배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이 병용요법 치료제가 널리 쓰이려면 건강보험 급여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지금 힘겨운 여정에 놓여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 7월 건보 등재를 신청했다(건보 적용 1차 신청).

그런데 지난해 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 미설정' 결정이 났다. 그런데 젬시스는 급여(건보 적용) 인정 결정이 났지만 핵심인 임핀지는 빠졌다.

지난해 6월 2차 신청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통과. 지난해 11월 '급여 적정성 인정' 결정이 났고, 지금은 경제성 평가라는 또 다른 고개를 넘고 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절차이다. 원래 5개월 이내에 끝내야 하는데, 지체하고 있다.

심평원을 통과하면 건강보험공단과 건보 적용 약 가격 협상에 들어간다. 60일 걸린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정책 결정에 한 달 걸린다.

정리하자면 임핀지 병용요법 건보 적용까지 대략 4~5개월 더 필요하다. 환자에게는 매우 답답하게 보일 수 있다. '1차 신청 때 해결했으면…' 이런 바람이 있을 수 있다. 건보가 적용되면 약 가격의 5%만 환자가 부담한다.

지금은 임핀지가 비급여로 쓰인다. 몸무게에 따라 투여량이 달라서 가격이 다르다. 몸무게 50㎏ 환자는 연간 1억원, 70㎏는 1억5000만원 든다.

건보 적용할 때는 이 가격보다 꽤 내려가서 결정된다. 그래도 가격이 낮은 건 아니다. 건보 당국 입장에서는 주머니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환자는 다르다. 하루가 급하다. 50대 초등학교 교사인 환자 김모씨가 20일 토론회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10월 담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여러 군데 전이됐고 암 덩어리가 커서 수술이 불가능했다. 항암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임핀지 병용요법 치료를 시작했고, 중간에 따져보니 암이 2cm 줄었다. 암 수치도 10분의 1로 줄었다. 지금은 정상으로 느낄 정도이다.

김 교사는 "월급이나 암보험으로 비급여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고향의 본가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정용 교수는 "담도암은 평균 기대수명이 7개월이다. 환자의 70%는 4기에서 진단된다. 면역항암제가 나와 장기 생존 가능성이 보이지만 여전히 건보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위·간·대장암은 생존율이 눈부시게 개선됐다. 담도암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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