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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 안내견으로 활동하다 작년 11월 은퇴
"의사봉 소리만 듣고 회의 끝 알아"…"은퇴 후 발걸음 가벼워져"
"개는 파트너의 장애 모르고 사람 안 가려…사랑해주는지가 중요"


은퇴 후 가벼워진 발걸음의 '조이'
지난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만난 안내견 조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2025.2.22.


(용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조이야, 산책하러 가자!"

지난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홍아름 훈련사가 이름을 부르자 '조이'가 엉덩이를 흔들며 냉큼 펜스 앞으로 다가왔다. 견사를 벗어난 조이의 꼬리는 자동차 와이퍼처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조이는 지난 7년여간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의 국회 파트너로 활동하다 작년 11월 은퇴한 안내견이다.

안내견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출입했으며, 안내견 출입 거부를 금지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조이의 이름을 따 '조이법'으로 불린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시작한 조이는 은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볼일'을 본 직후 훈련사와 눈을 맞추거나,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등 여전히 '현역'같은 능숙한 면모를 보였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보폭을 맞춰 걷던 홍 훈련사는 조이를 향해 "아이고, 이제 은퇴견 다 됐네"라며 웃었다.

"걸음이 많이 설렁설렁해지고 가벼워졌달까. 전보다 몸과 꼬리도 조금 포동포동해졌어요. 활동을 마친 직후 많은 안내견이 조이처럼 살이 조금 오릅니다."

강아지 시절 조이의 훈련을 맡았던 그는 조이가 누구보다 차분하고 섬세한 훈련견이었다고 돌아봤다.

"국회에서 의사봉 소리만 듣고 회의가 끝난 것을 알았다고 하는데, 조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친구예요. 조이의 성향이 워낙 세심해요."

김예지 의원과 안내견 조이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023년 6월 14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옆은 안내견 조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2.22.


조이는 홍 훈련사가 22번째로 배출한 안내견이다. 23년 경력의 홍 훈련사는 지금까지 총 48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했다.

국회를 다닌다고 해서 조이에게 특별한 훈련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조이는 다른 훈련견과 마찬가지로 태어난 직후 1년간 일반 가정에 위탁돼 사회화를 거친 뒤 8개월간 안내견 훈련을 받았다.

홍 훈련사는 "조이처럼 국회를 다니는 안내견도 있고, 교사 파트너를 만나 학교에 다니는 안내견도 있고, 공무원 파트너를 만나 구청을 다니는 안내견도 있다"며 "파트너와 소통할 수만 있다면 안내견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내견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단독 보행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으로 직장 혹은 학교 등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훈련 및 안내견 관리비 등은 모두 학교 측에서 지원한다. 안내견 학교는 삼성화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다.

"사진 찍을 때 시선은 앞으로"
지난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만난 안내견 조이와 홍아름 훈련사.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2025.2.22.


국내에서 활동하는 안내견 대부분은 래브라도레트리버다. 시민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호감형 외모, 사람과 유사한 보폭 크기, 긍정적인 성격 등 안내견이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충족하는 견종이다.

8개월간 훈련을 마친 뒤에는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안내견으로 활동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시험을 치르는 'N수생' 안내견도 있지만, 조이는 한 번에 시험을 통과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연도별 양성률은 30∼35% 수준으로, 작년에는 훈련견 51마리 중 16마리가 안내견이 됐다.

홍 훈련사는 "훈련했던 친구(안내견)가 훨씬 편안한 얼굴로 파트너와 잘 지내고 있을 때 가장 뿌듯하다"며 "조이도 그랬다. 워낙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는 환경에 있었지만, 김 의원님이 안내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산책하는 조이
지난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만난 안내견 조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2025.2.22.


안내견은 보통 8∼9살에 은퇴한다. 은퇴 후에는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돼 일반 반려견으로서 삶을 살게 된다. 조이도 조만간 새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안내견이 은퇴 후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래브라도레트리버의 평균 수명은 10∼13살이고, 이곳 안내견 학교 은퇴견의 평균 수명은 지난해 기준 15.8살이었다고 한다.

이날 학교에서는 2008년생 17살 은퇴견도 정정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내견이 장수하는 건 규칙적인 생활 습관, 꾸준한 산책 및 운동, 훈련을 통해 강화된 긍정적인 성격 덕분이다.

지난 2021년 6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회의실에 있던 조이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2.22.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은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안내견이 짧게 산다는 편견은 '이들이 혹독한 훈련을 견뎌 장애인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개는 본능에 따라 주어진 상황이 즐거우면 계속 임하고, 불안하면 멈춘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라 안내견에게 장애인과 함께 발을 맞춰 걷는 건 '선행'이 아닌 '즐거운 산책'이다.

"개는 파트너가 장애를 가졌는지 모를 겁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눈이 보이는지, 다리가 없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나와 소통해주는지, 사랑해주는지가 중요하죠."

박 교장은 "길에서 안내견을 만나면 불쌍하다는 시선 대신 귀여워해달라. 다만 쓰다듬는 대신 마음으로만 예뻐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훈련사를 바라보는 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20일 경기 용인시에서 훈련견 '바다'가 안내견 훈련을 받고 있다. 바다는 훈련사가 시키지 않아도 횡단보도 앞에서 스스로 멈춰섰다. 2025.2.22.


이날 홍 훈련사는 훈련견 '바다'를 데리고 인근 지하철역에서 훈련 모습도 시연했다. 바다는 홍 훈련사와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 움직였다.

훈련사가 "개찰구 찾자", "에스컬레이터 찾아가자", "오른쪽 계단 한번 가볼까?"라고 말하면 바다가 이리저리 목표물을 찾고, 코를 갖다 대면 먹이를 주는 식이었다.

홍 훈련사는 "바다는 약간 소심한 친구여서 걷는 속도에 일관성이 부족했지만, 현재는 일정한 속도로 쭉 걷고 있다"며 "보행이 재밌다는 것을 이제 슬슬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는 20여분 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훈련사를 따랐다.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바다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의연하게 걸어갔다.

"개찰구 찾았멍!"
지난 20일 훈련견 '바다'가 훈련사의 말에 따라 지하철 개찰구를 찾는 모습.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2025.2.22.


훈련견이 최종시험에 떨어지면 서운한지 묻자 홍 훈련사는 "초창기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것도 훈련견의 선택이기 때문에 편하게 보내준다"고 미소 지었다.

"떨어진 친구들은 파트너와 소통하기보다 길에서 냄새 맡고 새로 만난 강아지와 인사하는 것을 더 좋아할 뿐이죠. 안내견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든 사랑받는 반려견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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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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