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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피해자 막아달라” 호소 끝에 생겨
2019년 12월10일 국회에서 민식이법 통과 순간을 보던 고 김민식 군의 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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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손에 김하늘(8)양이 숨진 뒤 정부와 여야가 곧바로 ‘하늘이법’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도 비극적인 사건·사고로 피해자, 특히 어린아이가 숨진 뒤 이름을 따서 만든 법들이 적잖았다.

민식이법

2019년 12월10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숨진 어린이 이름을 따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두 달 전 충남 아산시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9)군의 이름을 딴 법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표지 등을 우선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 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 하도록 했다.

당시 민식군의 부모는 국회에서 법안 통과 순간을 지켜보다 눈물을 쏟았다. 법 통과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부친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 저희가 이렇게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저희 민식이 이름을 따서 ‘민식이법’이라고 법안 발의를 했고, 선한 영향력이 돼서 앞으로 다치거나 숨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준이법

같은 날 ‘하준이법’도 국회에서 의결됐다. 비탈진 주차장에서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차장법을 개정한 것이다. 2017년 10월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최하준(4)군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이 법이 시행된 뒤 비탈진 곳에 주차장을 마련할 경우 고임목 등 주차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 표지를 갖추는 게 의무화됐다.

`정인이 사건\'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일주일 앞둔 2021년 1월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정인이법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정인이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한 것이다. 법안에는 아동학대 신고 접수 즉시 수사 의무화, 현장 출동 때 경찰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조사 결과 공유,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출입 가능 장소 확대 등 조사·수사 책임자의 의무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2월에는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형량을 강화한 법안도 통과됐다. ‘아동학대 살해죄’가 신설돼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징역 7년 이상의 형이 가능하게 됐다. 기존 아동학대 치사죄나 살인죄보다 형량이 강화됐다.

앞서 2020년 10월13일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태어난 지 16개월 된 정인이가 숨졌고, 국민적 공분이 인 바 있다. 같은 해 1월 정인양을 입양한 양모는 아이를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10월13일 아이 복부를 강하게 내리쳐 살해했다. 정인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 및 장간막 파열로 인한 복부 손상이었다.

이후 정인이 양모는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는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지난 12일 아침 고 김하늘(8)양의 아버지가 딸의 빈소에서 기도한 뒤 영정 속 아이를 어루만지고 있다. 최예린 기자

이번 ‘하늘이법’의 경우 신체·정신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교원에게 직권휴직 혹은 면직 등 필요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기존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을 법제화하고, 학교 안의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전국 시도교육감과 간담회를 열어 “가칭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며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휴직 등 필요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복직 시 정상 근무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하늘양 아버지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늘이법’을 만들어달라”,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법’을 만들어달라”고 거듭 호소한 바 있다. 그는 12일 기자들에게 “제가 원하는 건 절대 다음부터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고 김하늘(8)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건양대병원장례식장 안내판. 최예린 기자

피해자의 이름을 따서 법을 마련할 경우 피해자의 억울한 희생을 기리고 유사한 비극을 막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된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유족들이 “제2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며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또 수많은 법안 가운데 국회를 실제 통과하려면 큰 동력이 필요한데, 사건 직후 국민적 여론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측면도 ‘네이밍 법안’이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동시에 ‘왜 꼭 희생자가 나와야만 법을 만드냐’, ‘사후약방문격’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닌다. 이와 함께 여론이 뜨거울 때 정부와 정치권에서 앞다퉈 법안을 내놓으면서, 법안이 충분한 논의 뒤 마련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에 따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앞서 2008년 ‘조두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초반엔 피해자 ‘나영이’ 이름이 부각됐지만, 이후엔 가해자 이름이 앞세워지고 있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조두순 감시법’은 19살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출소자의 야간시간과 아동·청소년의 통학시간대의 외출을 제한하고 유치원·초등학교 주변과 같은 어린이 보호구역의 출입과 접근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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