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명동 거리 3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내수 부진 속에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연말 계엄 사태 여파 ‘2.2%↓’
‘역대 최장’ 3년 연속 감소세
생산·투자지표 선방했지만
‘탄핵 정국’·‘관세 쇼크’ 등
올해 경기 전망에 ‘먹구름’
“소비 뒷받침할 추경 시급”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소매판매액이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부터 3년 내리 줄며 역대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는 수출 호조로 생산·투자 지표가 선방했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수출 전망도 어두워져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2.2% 줄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3.2%)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3.1%), 의복 등 준내구재(-3.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에서 모두 소비가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소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에 임금인상률은 낮아 가처분소득이 떨어진 게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3% 줄었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하다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영향으로 보합을 기록했지만, 12월 초 계엄 사태의 여파로 연말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0.5% 줄어든 데 이어 2분기(-0.8%), 3분기(-0.6%), 4분기(-0.6%) 모두 감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생산·투자 지표는 비교적 선방했다. 지난해 12월 전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3% 늘었다. 연간 전 산업생산도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1.7% 늘었다.
다만 숙박·음식점업(-3.1%),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6.9%) 등에서는 생산이 감소해 업종별로 편차가 컸다.
연간 설비투자도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2.9%) 및 운송장비(7.8%) 투자가 늘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은 우려되는 요소다. 관세전쟁에 휘말려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경우 식어가는 경제를 되살릴 카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내수도 반등 흐름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하반기 내수가 좋아질 것이라며 긴축을 고수했으나 트럼프 정부 출범, 비상계엄 등으로 현실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역시 올해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하방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며 “재정 확대로 소비를 뒷받침해줘야 하고,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