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년9개월간 장기 수사에도
회계부정 등 공소사실 인정 못 받아
긴장했던 李회장, 판사 퇴정 뒤 미소
회계부정 등 공소사실 인정 못 받아
긴장했던 李회장, 판사 퇴정 뒤 미소
사진=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 2심 재판부는 3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하면서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1년9개월간 장기 수사 끝에 이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결국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2심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이었다. 재판부는 일부 과실이 있지만 고의적 회계부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본잠식 위험에 처하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장부상 가치를 부풀렸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숨기다 2015년이 돼서야 바이오젠과의 공동지배를 공시했다. 에피스의 회계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장부상 가치가 약 4조5000억원 올랐고, 삼성바이오도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형사재판 1심과 서울행정법원 판단이 갈렸다. 지난해 2월 1심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시장 불안정성 등이 해소된 2015년에야 유효해졌으므로 회계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는 특정 시점을 에피스 지배력 상실 시점으로 정해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어냈다”며 정상적 회계처리가 아니었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콜옵션으로 삼성바이오가 지배력을 잃는 건 중요 위험이므로 (미리) 공시했어야 했다”면서도 고의로 은폐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공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결과적으로 회계처리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 시기 등을 이 회장 승계만을 위해 미전실이 결정해 하달했다고 주장했지만 2심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본격적인 검토는 양사가 했다고 봐야 한다”며 “합병에 부정한 수단이 결합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대법원 판결이 부당합병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도 재차 나왔다. 재판부는 “승계작업 청탁을 인정해도 합병에 대한 청탁은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주장은 간접사실을 알음알음 모으면 청탁이라는 건데, 그 정도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2심 판결문은 800쪽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고 중 긴장한 모습을 보인 이 회장은 재판부가 퇴정한 뒤에야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의 상당 부분이 위법 수집됐다는 판단도 2심에서 유지돼 1, 2심 모두 사실상 검찰의 완패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당합병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소한 사건이다. 검찰은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