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계엄체제 구축 시도 정황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내일 아침 지구·지역계엄사를 포함해 화상회의를 하도록 해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는 계엄을 단시간 안에 마무리하려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 쪽 주장과 배치된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군 관계자 등을 참고인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구·지역 계엄사는 계엄령 선포 뒤 각 지역의 행정·사법권을 가지는 조직으로,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다음날 아침까지 전국적인 계엄 체제를 구축하려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앞서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도 지구·지역계엄사 설치 문제는 쟁점이 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강호필 지상작전사령관에게 “(지구·지역계엄사를) 설치하다가 중지한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강 사령관은 “(지구·지역계엄사령관이) 임명이 안 됐다”며 “정식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매뉴얼대로 상황실을 구성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무렵부터 김 전 장관이 지구·지역계엄사 구성을 사실상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이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에게 ‘이야기한 대로 병력을 보내라’라는 지시를 했다”라는 복수의 군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특수본은 이런 진술을 바탕으로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전 구체적인 병력 투입 장소까지 일부 군사령관들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계엄이 발령될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변호인은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티브이(TV) 중개로 비상계엄 선포를 확인했을 뿐”이라며 “계엄 선포 이전에 부하들에게 (계엄 관련)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게 공소장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내란 사태와 관련한 군사령관들의 재판에서 병력 이동 등 구체적인 계엄 관련 지시를 받은 것이 언제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