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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대상으로 현실화한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관세라는 무기를 경제통상 뿐 아니라 정치나 외교·안보 사안에도 휘두르겠다는 선언이다. 동맹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표방한 것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탄핵 국면이라 ‘1차 펀치’를 피했을 뿐 한국 역시 국내 정치적 상황이 정리되는 몇 개월 뒤에는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수단으로 한국에서 얻으려는 이득은 ▶방위비 증액 ▶대미 무역 흑자 조정 ▶대중 압박 전선에 적극적 동참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니머신’ 한국 주머니 털기 나설듯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한국의 권력 공백기가 해소된 뒤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행 체제에서는 연속성 있는 결정이 어렵다는 걸 미국 역시 잘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가 출범한 2017년에도 한국은 탄핵 국면이었는데, 관세 관련 협상은 같은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자 나라를 비유)으로 불러온 트럼프의 레이더에 가장 먼저 들어올 현안은 방위비 분담금이 될 수 있다. 관세 부과로 한국의 팔을 비틀어 한국의 부담액을 늘릴 가능성이다. 앞서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막바지인 지난해 10월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2026년(1조 5192억원 부담)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끝난 뒤인 2030년까지 적용되는 사실상의 ‘알박기’ 합의였다.

하지만 국가 간 약속도 손쉽게 뒤집는 트럼프 앞에서 행정 명령에 불과한 SMA의 지속성은 담보하기 힘들 거란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은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출할 것”(지난해 10월)이라고 말하는 등 지속적으로 방위비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주한미군도 수단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무역·통상 분야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던 관세를 여타 외교안보 사안에서도 무기로 꺼내들 수 있다”며 “한국이 방위비를 내라는 만큼 내지 않으면 관세를 때리거나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임 초반 단기적 외교 성과에 열을 올리는는 ‘트럼프발 소나기’를 피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어차피 매를 맞을 거면 조금이라도 뒤에 맞는 게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떠나자 늘어난 대미 흑자 정조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557억 달러였다. 역시 트럼프의 먹잇감이란 뜻이다. 실제 트럼프 1기 마지막해인 2019년 대미 무역 흑자는 약 115억 달러였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다시 한국의 ‘버릇’을 고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할 당시에는 지금보다 우리의 대미 흑자 규모가 훨씬 작았는데도 트럼프는 곧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는 압박수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하려 드는 게 수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탄핵 국면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얻게 된 유예 기간을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보복 관세를,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어느 정도 강도로 맞붙고, 어떤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교범이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멕스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한 지난 1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세 국가의 국기가 나란히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타국의 대응 역시 참고할 수 있다. 당장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엄청난 (미국의 대EU 무역) 적자를 보상하기 위해 (EU가) 우리의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세!!!”라고 올리기도 했다.



최종 타깃은 결국 中…딜레마 심화 우려


트럼프의 최종 타깃은 결국 중국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맹의 대중 관계 등을 고려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중국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며 머뭇거리는 동맹에는 동참하라고 고통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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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특히 중국산의 한국 우회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와 구체적인 품목은 4월 말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 관련 리뷰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 트럼프 1기 정부는 2018년 3월 무역확장법(232조)을 근거로 중국과 한국 등 철강에 관세 25%를 부과했다. 한국은 당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을 기존의 70% 선에 맞추는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이를 피해갔다.

이와 관련,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관세 면제 조치를 하지 않은 실질적 이유는 중국산 철강의 환적(換積) 수출 국가, 즉 우회 수출의 중간 기착지로 한국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대미 수출 철강 가운데 중국산 재가공 비율도 2.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2기에는 한·중 간 무역 연계성의 고리를 끊어내라는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

또 미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중국 기업들의 유럽 등 판로 확대가 이뤄지며 한국의 시장을 잠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공급 과잉도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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