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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탄핵심판에 첫 출석해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 사유’로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야당의 예산 삭감’, ‘북한·중국 등 하이브리드 전쟁에 대한 위험’ 등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주장을 계엄 사유로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런 황당무계한 설명은 법적 쟁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변론이라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 행위를 하면서 탄핵심판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시간 40여 분간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총 4차례 발언했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주요 사유로 “지난해 4월 총선의 공정성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어서”라는 점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여러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봐라,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으로 가는지, 선거를 전부 부정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차기환 변호사가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로 인한 국정마비와 무분별한 예산안 삭감, 하이브리드전쟁 위험, 부정선거 의혹’ 등을 계엄 선포 사유로 꼽아 각각 장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국제적인 하이브리드전쟁 위험성과 계엄의 관련성을 언급한 대목은 이날 변론에서 처음 등장한 논리다. 차 변호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미사일 관련 2급 기밀의 중국 유출, 군무원이 정보사 소속 블랙요원 명단 중국 유출”을 언급했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을 가장한 중국인이 드론 등을 이용해 군사시설을 촬영하고 있음에도 야당 반대로 간첩법 개정이 되지 않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으로 국가 핵심 기술의 70%가 유출된다거나 무기 수출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 등을 들면서 “물리적인 전쟁이 아니라 안보, 경제, 정치상 새로운 위협이 명백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허무맹랑하고 계엄 사유로써 관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첩법의 경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지난해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공청회를 요구한 건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하이브리드 전쟁 위험을 키웠다’고 주장하는 건 과도한 주장이고 계엄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 보인다.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국내 경제나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논리도 비슷하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발언했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계엄의 정당성과 상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변론에서 국회 측 대리인은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침입한 것을 전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대통령 스스로 발표했던 ‘계엄 선포 사유’에도 이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고, 계엄 선포 이후에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탄핵심판 심리 대상과 관련 없는 발언을 쏟아낸 건 자신의 지지층 의식한 행위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이 헌재를 압박할 수 있도록 그들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자신의 지지층이 자신을 적극 옹호하게 만드는 것이 재판에 가장 이롭다고 보는 전략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내란과 위헌적인 계엄 선포가 이번 탄핵심판의 주된 심리 대상이고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헌재 심판을 정쟁의 장이나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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