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 및 난동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폭동에 대법관들이 20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열고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선 시위대가 당시 영장판사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사전에 법원 구조를 파악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19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태를 논의했다. 대법관들은 회의 뒤 입장문을 내어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회의에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이 이날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전했다. 그는 “저도 그렇고, 다른 대법관도 그렇고,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초유의 미증유 사태라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천 처장은 현안질의에서 “7층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시위대가)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을 봐서는 이런 부분(영장판사 방)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적인 피해는 현재 6억~7억원 정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 폭동을 ‘2차 내란’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서울서부지법 담을 넘어 경찰에 연행된 지지자 17명이 “곧 훈방될 것”이라고 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폭동의 시작”(장경태 의원) “계획·조직적 범행의 정황”(김용민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은 “(시위대는) 국가 기능인 서부지법 재판업무 기능을 훼손했고, 법원 난입 과정에 ‘지휘 통솔 체계’가 있다면 내란죄에 해당된다”며 “(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지하조직 ‘알오’(RO·혁명조직)만 갖고도 통합진보당 해산을 제청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소행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황교안 당시 장관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혁명조직’의 총책이고, 이 조직이 일사불란한 ‘지휘 통솔 체계’를 갖춘 채 내란을 획책했다며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고,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용해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박 의원의 주장은, 윤 의원 등의 발언이 시위대 법원 난입의 지휘 통솔 체계로 인정된다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폭동을) 반국가단체, 내란죄로 의율하자는 민주당 주장은 법리적으로 과도하다”며 “밧줄이나 각목, 쇠파이프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지휘 통솔 체계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