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교수 출신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인터뷰
“경기부양·재분배 효과 없다…논쟁할 가치도 없어”
“중산층 혜택만 집중, 장사 잘되는 자영업자 매출만 올라”
“지역화폐 쓸 돈 어려운 사람 직접 도와주는 데 써야”
“이재명 개인을 위한 정치, 이제는 추방해야 한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수장으로 임명된 윤희숙 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원장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활동하던 2020년 9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경제적 효과를 부정하는 윤희숙 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윤희숙 원장은 당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4년이 지나서야 윤희숙 원장은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정책이 경기부양은 물론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재분배 효과조차 없다는 게 명확해 토론조차 필요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희숙 원장은 경제정책인 지역화폐를 경제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역점사업이었던 지역화폐를 더 활성화해 이재명 대표의 치적을 쌓으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아내려는 국민의힘의 대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희숙 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사(私)가 낀 정치적 진영대결의 도구일 뿐이다.
윤희숙 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지역화폐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정치적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잘 드러나 있다”라며 “이러한 정책은 하루빨리 정치에서 추방돼야 한다”라고 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당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펼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지역화폐를 구매한 주민에게는 10~20%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100만원의 지역화폐를 사면 현금처럼 110만~120만원을 사용할 수 있고, 차액인 10만~20만원은 세금으로 지원된다. 사실상 주민 지갑에 세금을 꽂아주는 형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된 국비는 2조5873억원에 달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2023년부터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으나, 최근 재추진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5일 전국소상공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반드시 편성하겠다”며 지역화폐를 띄우기 시작했다.
윤희숙 원장은 민주당이 지역화폐법을 밀어붙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가 소득 불문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과 다를 게 없는 정책인 만큼 거부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윤희숙 원장은 “모든 사람한테 돈을 뿌리면 언젠가 다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점점 깨닫고 있다”라며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어렵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윤희숙 원장과 일문일답.
―약 4년 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의 타당성을 두고 이재명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다. 아직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나.
“목표가 무엇이든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리는 건 국고를 사용하는 가장 안 좋은 방법이다. 지역화폐가 의료·교육·복지처럼 전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돈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을 우선 도와야지 왜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나눠주나. KDI 보고서를 봐도 현금 살포 방식은 경기부양 효과가 없고 있더라도 매우 미약하다고 나온다. 어떤 연구를 봐도 지역화폐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지역화폐는 재분배에 방점이 찍힌 정책 아닌가. 백화점 가서 쓸 돈을 골목시장에 쓰게 만들면 ‘업종별 재분배 효과’가 있다는 게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다.
“무슨 재분배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일부러 장사가 안되는 곳에 찾아가지 않는다. 백화점·대형마트만 안 갔지 상대적으로 맛있고 서비스 좋은 곳에 가서 지역화폐를 사용한다.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리니 중산층이 혜택을 보고, 장사가 잘되는 자영업자 중심으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화폐의 많은 부분이 학원·병원에 쓰이고 있지 않나. 어차피 쓸 돈을 지역화폐로 대신 쓴다는 뜻이라 대체효과밖에 없다.”
―설령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비효율이 발생해도, 소상공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인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당연히 ‘요만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지역화폐에 쓸 돈을 다른 곳에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려운 사람을 직접 도와주고, 취약계층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세금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돈을 뿌리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경기부양 효과도 없고 재분배 측면에서도 목표한 것과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
―지역화폐가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것이라 여러 차례 말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소득과 상관없이 지역화폐를 사면 10~15%를 세금으로 보조해 준다. 85만원으로 지역화폐 100만원을 구매하니 내 지갑에 15만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15만원은 세금으로 감당한다.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역화폐라는 것에 가려져 마치 할인혜택을 받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MZ세대’도 지역화폐에 대해선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화폐를 ‘야바위’라고 하는 거다.”
―현재 전국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발행량까지 늘리는 추세인데.
“정책을 할 때 가치가 충돌할 때가 있고, 때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건강한 논쟁이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논쟁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리사욕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정치에서 빨리 추방해야 하고, 추방을 하려면 여당이 잘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사리사욕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지역화폐는 소상공인들 돕겠다며 굉장히 실험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이를 자신만의 특별한 정책으로 브랜드화하면서 이렇게 커진 것이다. 이재명 대표 정책이 아니었다면, 민주당도 절대 지역화폐를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순수하게 정치적 논리에 따라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은 심하게 잘못됐다. 경제적 논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국민에게 마케팅하고 우격다짐으로 예산을 넣는 것은 나쁜 정치적 쇼다. 국가 차원에서 너무 낭비다.”
―민주당이 최근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국고를 지원하는 지역화폐법을 재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말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아닐까.
“지금과 같이 국민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에서 지역화폐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법을 만들겠다는 이유는 뻔하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이름(이재명 대표)을 넣어 전국 단위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잘 보여준 상황이다. 지역화폐는 새로울 게 없는 경제 문제인데, 정치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진영화된 이슈가 됐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여당은 지역화폐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계엄·탄핵 정국인 데다 의석수도 부족해 막아낼 힘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수장으로서 여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힘이 빠졌다고 생각 안 한다. 지역화폐는 국민의힘 등 보수당에서 절대 꿀릴 게 없는 이슈다. 돈을 뿌리는 정책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 돈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사(私)가 낀 이슈’라는 것을 국민이 알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지역화폐법을 밀어붙이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최상목 경제부총리)이 새로운 정책을 펼칠 수는 없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거부권을 쓰는 데 정치적 부담이 덜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차치하고 보면 민주당은 소상공인을 돕겠다면서 지역화폐라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홍보가 안 된 것인가, 무기가 없는 것인가.
“지역화폐가 아니라면 당신은 뭘 할 것이냐는 것도 이상한 프레임이다. 이미 나라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무수하게 많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난 수십년 동안 정교하게 발전해 왔다. 어려운 사람에게 돈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에 많은 돈을 집어넣고 있지 않나. 국민의힘은 다소 밋밋하지만 원칙은 한결같다. 어려운 사람을 직접 지원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때도 규칙과 기준이 있다. 어렵다고 돈을 막 뿌려선 안되는 것 아닌가.”
―여의도연구원장과 국민의힘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민생경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제언할 계획인가.
“지금은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들이 어려우면 젊은 사람의 임시직·일용직이 줄어든다. 특위에서 조금씩 공개할 예정인데, 기본 방향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첫째고, 그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것이 두 번째다.”
“경기부양·재분배 효과 없다…논쟁할 가치도 없어”
“중산층 혜택만 집중, 장사 잘되는 자영업자 매출만 올라”
“지역화폐 쓸 돈 어려운 사람 직접 도와주는 데 써야”
“이재명 개인을 위한 정치, 이제는 추방해야 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학준 기자
“지역화폐의 경제적 의미는 상실된 지 오래다. 이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사업이었다’라는 정치적 의미만 남아 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를 강화하고자 지역화폐법을 추진하고, 우격다짐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잘못됐는가.”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수장으로 임명된 윤희숙 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원장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활동하던 2020년 9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경제적 효과를 부정하는 윤희숙 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윤희숙 원장은 당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4년이 지나서야 윤희숙 원장은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정책이 경기부양은 물론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재분배 효과조차 없다는 게 명확해 토론조차 필요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희숙 원장은 경제정책인 지역화폐를 경제적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의 역점사업이었던 지역화폐를 더 활성화해 이재명 대표의 치적을 쌓으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아내려는 국민의힘의 대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희숙 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사(私)가 낀 정치적 진영대결의 도구일 뿐이다.
윤희숙 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지역화폐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정치적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잘 드러나 있다”라며 “이러한 정책은 하루빨리 정치에서 추방돼야 한다”라고 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당시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펼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지역화폐를 구매한 주민에게는 10~20%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100만원의 지역화폐를 사면 현금처럼 110만~120만원을 사용할 수 있고, 차액인 10만~20만원은 세금으로 지원된다. 사실상 주민 지갑에 세금을 꽂아주는 형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된 국비는 2조5873억원에 달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2023년부터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화폐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으나, 최근 재추진 카드를 꺼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5일 전국소상공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반드시 편성하겠다”며 지역화폐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대강당에서 전국상인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상점가 상인회 간담회을 갖고 있다. /뉴스1
윤희숙 원장은 민주당이 지역화폐법을 밀어붙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가 소득 불문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과 다를 게 없는 정책인 만큼 거부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윤희숙 원장은 “모든 사람한테 돈을 뿌리면 언젠가 다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점점 깨닫고 있다”라며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어렵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윤희숙 원장과 일문일답.
―약 4년 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의 타당성을 두고 이재명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다. 아직도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나.
“목표가 무엇이든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리는 건 국고를 사용하는 가장 안 좋은 방법이다. 지역화폐가 의료·교육·복지처럼 전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돈이 없어서 어려운 사람을 우선 도와야지 왜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나눠주나. KDI 보고서를 봐도 현금 살포 방식은 경기부양 효과가 없고 있더라도 매우 미약하다고 나온다. 어떤 연구를 봐도 지역화폐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지역화폐는 재분배에 방점이 찍힌 정책 아닌가. 백화점 가서 쓸 돈을 골목시장에 쓰게 만들면 ‘업종별 재분배 효과’가 있다는 게 이재명 대표의 주장이다.
“무슨 재분배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인가.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일부러 장사가 안되는 곳에 찾아가지 않는다. 백화점·대형마트만 안 갔지 상대적으로 맛있고 서비스 좋은 곳에 가서 지역화폐를 사용한다.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리니 중산층이 혜택을 보고, 장사가 잘되는 자영업자 중심으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화폐의 많은 부분이 학원·병원에 쓰이고 있지 않나. 어차피 쓸 돈을 지역화폐로 대신 쓴다는 뜻이라 대체효과밖에 없다.”
―설령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비효율이 발생해도, 소상공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인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당연히 ‘요만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지역화폐에 쓸 돈을 다른 곳에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어려운 사람을 직접 도와주고, 취약계층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세금을 사용해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돈을 뿌리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경기부양 효과도 없고 재분배 측면에서도 목표한 것과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
―지역화폐가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것이라 여러 차례 말하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
“소득과 상관없이 지역화폐를 사면 10~15%를 세금으로 보조해 준다. 85만원으로 지역화폐 100만원을 구매하니 내 지갑에 15만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15만원은 세금으로 감당한다.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역화폐라는 것에 가려져 마치 할인혜택을 받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MZ세대’도 지역화폐에 대해선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화폐를 ‘야바위’라고 하는 거다.”
경기 성남시청 농협은행이 성남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검수하고 있다. /뉴스1
―현재 전국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발행량까지 늘리는 추세인데.
“정책을 할 때 가치가 충돌할 때가 있고, 때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건강한 논쟁이다. 그런데 지역화폐는 논쟁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리사욕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정치에서 빨리 추방해야 하고, 추방을 하려면 여당이 잘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사리사욕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지역화폐는 소상공인들 돕겠다며 굉장히 실험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이를 자신만의 특별한 정책으로 브랜드화하면서 이렇게 커진 것이다. 이재명 대표 정책이 아니었다면, 민주당도 절대 지역화폐를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순수하게 정치적 논리에 따라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은 심하게 잘못됐다. 경제적 논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국민에게 마케팅하고 우격다짐으로 예산을 넣는 것은 나쁜 정치적 쇼다. 국가 차원에서 너무 낭비다.”
―민주당이 최근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국고를 지원하는 지역화폐법을 재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말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아닐까.
“지금과 같이 국민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에서 지역화폐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법을 만들겠다는 이유는 뻔하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이름(이재명 대표)을 넣어 전국 단위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잘 보여준 상황이다. 지역화폐는 새로울 게 없는 경제 문제인데, 정치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 진영화된 이슈가 됐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여당은 지역화폐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계엄·탄핵 정국인 데다 의석수도 부족해 막아낼 힘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수장으로서 여당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힘이 빠졌다고 생각 안 한다. 지역화폐는 국민의힘 등 보수당에서 절대 꿀릴 게 없는 이슈다. 돈을 뿌리는 정책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 돈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사(私)가 낀 이슈’라는 것을 국민이 알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지역화폐법을 밀어붙이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최상목 경제부총리)이 새로운 정책을 펼칠 수는 없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거부권을 쓰는 데 정치적 부담이 덜할 것이다.”
―정치적 의도를 차치하고 보면 민주당은 소상공인을 돕겠다면서 지역화폐라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홍보가 안 된 것인가, 무기가 없는 것인가.
“지역화폐가 아니라면 당신은 뭘 할 것이냐는 것도 이상한 프레임이다. 이미 나라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무수하게 많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난 수십년 동안 정교하게 발전해 왔다. 어려운 사람에게 돈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에 많은 돈을 집어넣고 있지 않나. 국민의힘은 다소 밋밋하지만 원칙은 한결같다. 어려운 사람을 직접 지원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때도 규칙과 기준이 있다. 어렵다고 돈을 막 뿌려선 안되는 것 아닌가.”
―여의도연구원장과 국민의힘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민생경제를 위해 어떤 정책을 제언할 계획인가.
“지금은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들이 어려우면 젊은 사람의 임시직·일용직이 줄어든다. 특위에서 조금씩 공개할 예정인데, 기본 방향은 명확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이 어디인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첫째고, 그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것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