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기 위해 길 나선 피란민 ‘날벼락’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휴전이 성사됐다고 생각한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당초 19일(현지시간) 오전 8시30분 발효될 예정이었던 가자지구 휴전에 막판 제동을 걸었다. 가자지구에선 약속된 휴전 발효 시간이 되자 기대감에 들뜬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으나, 이스라엘군은 휴전을 미루고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부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휴전 발효 시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아직 석방될 인질 명단을 넘기지 않았다며 명단을 받기 전까지 휴전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당초 합의된 휴전 발효 시점인 오전 8시30분을 넘긴 시각 브리핑을 통해 “하마스가 합의에 반하여 인질 명단을 제공하지 않았고, 아직 휴전은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석방자 명단 전달이 지연되는 이유가 “현장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고, 지난 15일 타결된 휴전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결국 이를 빌미로 휴전을 미룬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명단 전달이 지연되는 것은 15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하마스 지휘부와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대원들 간 연락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당초 양측이 중재국들을 통해 합의한 휴전 협상에 따라 휴전 발효 첫날인 이날 인질 3명을 시작으로 42일간 인질 총 33명이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과 맞교환될 예정이었다. 이스라엘의 휴전 지연 발표로 인질 석방을 기다리던 이스라엘 가족들과 시민들, 파괴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선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가자지구에서 피란민들이 휴전 연기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미 거리에 나섰으나,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속된 휴전 발효 시점 이후 가자지구 북부에서 폭음이 들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이스라엘 국경 쪽에서도 관측됐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과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휴전을 전격 발표했으나, 이스라엘은 휴전안 승인을 위한 자국 내각 표결을 지연시키는 등 막판 진통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세부 합의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자국 내각 표결을 지연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내각 표결은 휴전 돌입 하루 전인 18일로 미뤄졌고, 일부 강경파의 반대에도 두 번의 마라톤 회의 끝에 휴전안은 최종 승인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발효된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아이들이 이스라엘의 휴전 연기 소식은 듣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시행일 전날 늦은 오후 방영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휴전 2단계를 위한 협상이 무산된다면 이스라엘은 ‘전쟁을 재개할 권리’를 갖는다며 휴전 시작도 전에 엄포를 놓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다시 전투를 해야 한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할 것이며 강한 힘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모두 지지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휴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16일째부터 남은 인질 석방과 종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휴전 2단계 전환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선 1단계 42일 안에 2단계 쟁점에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 정치인들이 연립정부 붕괴를 빌미로 전쟁을 재개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 ‘짧은 평화’ 뒤 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 발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맹렬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휴전 합의 발표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최소 123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