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71
‘부정선거 음모론’-‘국회 해산 기도’ 용납 안돼
전두환 노태우 사면·석방, 윤석열 쿠데타 초래
‘부정선거 음모론’-‘국회 해산 기도’ 용납 안돼
전두환 노태우 사면·석방, 윤석열 쿠데타 초래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사필귀정입니다.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였습니다. 내란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내란죄 1심 유죄, 2심 유죄, 대법원 확정 판결은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조기 대선은 우리가 곧 맞닥뜨리게 될 정치 일정입니다. 이변은 없을 것입니다.
내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며 국회 해산 기도가 정당했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극우 세력은 그런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세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끝까지 책임을 추궁해야 합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합니다.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화해하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제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1948년 제헌국회가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와 특별경찰대를 설치했습니다. 친일파들을 색출해 재판에 회부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특별경찰대를 강제로 해산하고 반민특위를 해체했습니다. 친일 청산을 가로막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친일파의 후손들은 잘 먹고 잘 살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1961년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었습니다. 1972년에 또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임시 국무회의가 국회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박정희의 두차례 쿠데타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였지만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대통령이 돼서 독재를 하다가 1979년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1979년과 1980년 전두환은 군사반란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었습니다.
전두환 쿠데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 세력과 손잡고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처음에는 전두환·노태우를 처벌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1993년 5월 이런 내용의 특별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은 역사를 바로잡고 정당한 평가를 받자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암울했던 시절의 치욕을 다시 들추어내어 갈등을 재연하거나 누구를 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진상 규명과 관련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훗날의 역사에 맡기는 것이 도리라고 믿는다.”
“다 같이 기억을 잊지는 말되, 과감하게 용서함으로써 새롭게 화해하자.”
그러나 민심은 김영삼 대통령의 뜻과 달랐습니다. 1995년 검찰이 5·18 내란 사건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거센 역풍이 불었습니다. 민심은 쿠데타 세력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부채질을 했습니다.
다행히 김영삼 대통령은 민심을 따를 줄 아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했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자는 국민적 합의는 거대한 흐름이었으며, 그 누구도 그 흐름을 역류할 수는 없었다. 나로서도 일생일대의 무서운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5·18 특별법 제정은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이 땅에 정의와 진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란 등으로 집권한 자와 그 공범들에 대해 집권 기간 중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된다는 명문 규정을 둠으로써, ‘성공한 쿠데타도 반드시 처벌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제 어느 누구도 총칼로 권력을 찬탈하는 것을 꿈꿀 수 없게 되었다.” (김영삼 회고록)
전두환·노태우 1심 선고는 1996년 8월 내려졌습니다. 형량은 전두환 사형, 노태우 22년 6개월이었습니다. 2심 선고는 1996년 12월 내려졌습니다. 전두환은 무기, 노태우는 징역 17년이었습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상고 기각으로 두 사람의 형을 확정했습니다.
자료 사진
만약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이 실제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의 형량을 다 살았다면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됐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킬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이회창 등 대선주자들이 전두환·노태우 사면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구·경북과 보수 성향의 표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1997년 5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전두환·노태우씨가 사죄하면 용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두환·노태우는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김영삼 대통령과 만나서 전두환·노태우 사면에 합의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내 임기를 마치기 전에 두 사람을 석방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한계였습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전두환·노태우는 1997년 12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풀려났습니다. 노태우는 2021년 89살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전두환도 2021년 90살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천수를 누린 것입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요? 내란 우두머리의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입니다. 1997년 12월 사형을 집행한 이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합니다. 다음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든 윤석열 대통령을 전두환·노태우처럼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면 안 됩니다. 관용을 베풀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관용을 베풀면 민주주의가 무너집니다.
내란은 국가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범죄입니다. 미수범도 처벌하고, 예비, 음모, 선전, 선동까지 처벌합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고 국회 해산을 기도했습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고 한 것입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군인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둘째, 관용을 베풀면 정의가 무너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 그대로 ‘확신범’입니다. 자신의 사고와 행위를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싸우자”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용서하면 반드시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용서하면 언젠가 쿠데타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사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내란 사면 금지법도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관용을 베풀면 보수가 무너집니다.
보수와 극우는 전혀 다른 집단입니다. 보수는 체제를 인정합니다. 극우는 체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국회 해산론은 체제 부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가 아니라 극우입니다. 극우를 제거해야 보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게 우리는 전산 투개표다. 그건 완전히 거짓말이거든요. 우리는 수개표 아닙니까? 그러니까 해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여기에 속아 넘어가서 비상 계엄령을 선포해 가지고 선관위를 습격한 거 아닙니까? 습격해 가지고 서버를 탈취해 가지고 포렌식 같은 걸 해 가지고 발표를 하면 지금 국회는 부정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이런 국회는 해산해야 된다, 그리고 비상 입법기구를 만들겠다, 이런 망상을 가지고 한 거 아닙니까? 이게 있을 수가 있습니까? 이런 일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느냐 이겁니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가 1월17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줄을 서면 한국의 보수는 앞으로 100년 안으로는 집권 불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100년은 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저는 조갑제씨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쿠데타는 용서와 화해의 대상이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두환·노태우 사면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어설픈 용서와 화해는 또 다른 쿠데타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