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가운데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돼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이 19일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구속영장에 대해 줄곧 ‘불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날 새벽 취재진과 민간인을 폭행하고 법원을 습격한 데 대해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 제도에 대한 존중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해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대통령의 결단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반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일국의 대통령을 구속해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서 받은 자료들을 종합해 윤 대통령을 상대로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해왔고, 윤 대통령은 체포된 이후로도 공수처의 수사에 묵비권만 행사해왔다.
변호인단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도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오전 2시5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의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우려”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찾고 찾아도 사유를 찾을 길이 없자 그나마 핑계가 되는 사유를 내놓았을 것”이라며 “애당초 생방송으로 중계된 단 6시간의 계엄에서 더 나올 증거가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로 그 누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명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영장실질심사 당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앞에서 민간인과 경찰, 취재진 등을 폭행하고 영장이 발부된 직후 서부지법을 습격해 난동을 부린 데 대해선 “시위에 나선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에 대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심야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행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며 “이 참담한 현실 앞에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시민 여러분께서도 분노를 억누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펼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 측인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저지른 폭력 사태의 책임을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돌린 것이다.
변호인단은 “‘증거 인멸 우려’라는 한 줄의 사유로는 분노한 민심을 달랠 길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그리고 우리 변호인단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가운데 법원 청사가 심하게 파손돼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