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규백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2차 내란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죄’ 혐의를 삭제하는 등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한 배경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명분을 약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애초 11개였던 특검법 수사 대상을 ▲국회 점거 사건 ▲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사건 ▲정치인 등 체포·구금 사건 ▲무기 동원·상해 손괴 사건 ▲비상계엄 모의 사건 등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발의한 특검법에서 수사 대상으로 삼은 5개로 축소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파견 검사와 공무원 규모, 수사 기간도 기존 안 보다 줄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만큼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는 이 수정안에 대해 거부할 명분이 전혀 없다”며 “최 권한대행은 곧바로 특검법을 수용하고 공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 안을 거의 다 수용했다”며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설령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수정안 재의결 가결에 필요한 ‘이탈 찬성 8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앞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1차 내란 특검법 재의결 때 부족했던 2표를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외환죄 삭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수정안에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윤 대통령 탄핵 여론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히 좁혀진 여야 정당 지지율 등을 고려해 강경 일변도의 대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내 우려도 특검법 내용을 대폭 수정한 이유로 꼽힌다. 5선 중진 안규백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고, 내외적으로 상당히 불안 요소가 요동치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합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외환죄 문제가 쟁점이 된다면 그건 얼마든지 협상 과정에서 양보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