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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새만금 한가운데 거대한 뭍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2030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새만금 수변도시 조성 사업입니다. 1991년, 농업용 간척지 조성을 목적으로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방점을 찍는 곳이기도 합니다. 새만금 사업은 첫발을 내딛은 이래 여러 차례 활용 목적이 변경돼 현재는 산업용지, 농업용지, 관광용지가 조합됐습니다.

■ '로펌'의 대리전이 된 새만금 수변도시 쟁탈전

새만금 수변도시 조성 현장

새만금 수변도시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같이 각종 공공·상업시설과 주택, 1만 명 넘는 정주인구가 머무는 신도시가 될 전망입니다. 한편에서는 이 지역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관할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입니다. 바로 맞닿은 지자체인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은 관할권 결정을 맡은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자신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영토 쟁탈전'에는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판례와 복잡한 행정규정 등을 따져 특정 지역이 수변도시 관할권을 가져야한다는 주장과 근거를 만드는데, 주로 변호사들이 법률 자문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 당연히 만만치 않습니다. KBS는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통해 이들 지자체가 법률 비용으로 얼마나 지출했는지 확인했습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이 대형 로펌에 지불한 금액을 모두 더하면 18억 원입니다.

일례로 김제시는 지난해 서울 A로펌에 8,800만 원의 '성공 보수'를 지급했습니다. 군산시가 제기한 헌법재판소 위헌 심판과 행안부의 7공구 방수제 관할권 결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은 대가입니다. 매립지 관할권 자문계약 착수금으로는 3억 8천만 원을 지급하는 등 최근 5년동안 9억 7천만 원을 로펌에 안겼습니다.

군산시도 7억 2천만 원의 수임료와 자문료를 B로펌에 지급했습니다. 다만 군산시의 경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나 대법원, 헌법재판소를 오가는 각종 다툼에서 상대적으로 김제시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탓에 '성공 보수'를 지급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새만금 관할권 다툼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모양새였던 부안군도 수변도시 관할권 분쟁에 나서기 위해 최근 수임료 4,400만 원을 법무법인에 지불하며 1억 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기업·인구 포기 못 해"…'갈등 비용' 따져보니


새만금에서 로펌 대리전이 벌어지는 이유는 관할권 분쟁이 대상을 옮겨가며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은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시작으로 동서도로와 7공구 방수제, 신항만 방파제, 수변도시 등으로 점차 번져 갔습니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셈입니다.

지자체는 만약 새만금 일대가 행정구역으로 편입된다면, 인구 증대와 기업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억대의 착수금과 법률 자문료, '승소 수당'까지 지급해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겁니다. 그리고 법률 비용까지 포함해 각종 홍보·광고비, 행사 개최비, 업무 추진비, 직원 출장비 등을 종합하면 '새만금 영토전'에 들어가는 예산이 최근 5년 내 기준으로 45억 원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이 '갈등 비용'은 새만금이 어느 한 지자체가 관할하는 곳이 되는 순간, 거둬들일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됩니다.

■ 소지역주의 갈등에 '특별지방자치단체'도 무산

새만금 영토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소지역주의' 갈등으로 번지자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말부터 '새만금 특별지방자체단체'를 중재 수단으로 전격 제시했습니다. 어느 한 곳이 새만금을 관할하는 게 아니라 세 시군의 역량을 모으는 기구를 만들어 행정과 사무를 이어가자는 취지입니다.

전북도는 그동안 새만금 특별지자체 출범을 위해 물밑 협의를 주도한 끝에 지난달 19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제시가 돌연 불참을 통보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새만금 신항의 무역항 지정과 관련해 전북도가 보인 입장 때문이었습니다.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이 군산항의 부속항만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김제시는 별도 무역항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었습니다. 전북도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려 보고서를 받았는데 이 보고서엔 김제시에 다소 불리한 내용이 담겼고, 김제시의 '중립' 요구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는 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에 해당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맞다며 이를 거절한 것입니다.

■ 재정자립도 낮은데, 논리·입장 개발에 또 예산


그리고 KBS 취재 결과, 새만금 특별지자체 무산의 원인이 된 이 논쟁적 사안에도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산시와 김제시는 2022년부터 새만금 신항의 발전 방향과 연관되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행사나 연구용역 발주에 11억 원을 썼습니다. 역시 각각의 주장과 시각이 반영된 학술행사와 연구용역입니다. 군산시와 김제시 관계자들은 "지역 입장을 반영한 논리를 만드는데 필요하며, 해수부 등 상위 기관에 제출하는데도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는 "지자체 사이의 과도한 갈등 탓에 예산을 계속해서 로펌이나 외부 연구기관에 지불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군산시의 재정자립도는 16.1%, 김제시는 10%, 부안군은 8.2%로 전국 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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