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3월 31일부터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보도하고 있는 연속기획 <한국 주식 괜찮습니까>
KBS는 지난달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한국 사외이사의 운영 실태를 다각도로 짚었습니다.
☞ <한국 주식 괜찮습니까> - 사외이사 편
“참을 인 세 번? 뭐하러?” 소액주주가 달라졌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6165
“회장님은 주인 의식 많은 분” 누구의 말일까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6569
선배 가고 후배 오고…14년째 사외이사 ‘알박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7708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많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대체로 아래와 같은 쓴소리가 많았습니다.
"한국 주식회사 사외이사는 거수기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styl****) "이러니 다들 미장으로 가는 듯…. 나도 갈까, 미국 주식시장?" (p811****) |
주주의 위임을 받아 이사회에 들어가면서, 주주가 아닌 사주의 입장에서만 회사 대소사를 정하는 게 말이 되냐는 불만이었습니다.
기업 쪽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제대로 짚었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KBS가 그러면 안 된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미국 간다는 기업 많은데, 언론에서까지 계속 이러면 진짜 미국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지 모릅니다." |
사외이사 문제로 대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지친 주주도, 이젠 기업도 너나 할 것 없이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미국은 주로 누가 사외이사를 하는지, 그들은 어떻게 활동하는지 등등…기업 분석기업 '리더스인덱스'가 함께 살펴봤습니다.
https://www.50pros.com/fortune500 사이트로 들어가면 포춘 500대 기업명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춘이 꼽은 500대 기업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포춘은 총수익 기준으로 상위 500개 기업을 선정합니다. 비상장 기업이라도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2023년, 2024년 '포춘 500대 기업' 기업명을 확인한 뒤,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이사 이름과 현직, 주요 경력 등을 살펴봤습니다. 직업과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를 분류했습니다.
그렇게 미국 사외이사 959명의 이력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한국 30대 대기업 계열 상장사 사외이사 856명과 비교했습니다.
■ 학계, 관료 출신이 압도적인 한국
한국의 사외이사는 금융이나 법률/정책 전문가가 많았습니다. 미국은 경영, 금융, 법률/정책의 순서였습니다.
경력도 살펴봤는데, 우린 학계가 가장 많았습니다. 관료 출신은 검찰, 경찰, 국세청 퇴직 관료 출신. 이른바 전관들입니다. 그 다음이 재계 출신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 구성이 전형적입니다. 올해 3월에 공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6명 가운데 2명이 학계, 2명은 전직 관료 출신입니다.
CEO 출신은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일합니다.
삼성전자 2024년 사업보고서 중
"이사회는 기업 경영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해 경영자를 모니터링하고 경영에 참여하며, 회사 경영에 대한 귀중한 정보들을 주주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이관휘 서울대 교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中 |
■ CEO 출신이 압도적인 미국
미국도 이럴까요?
미국은 한 분야 경력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재계였습니다. 즉, CEO 출신이 가장 많았습니다.
CEO 출신의 장점은 '경영 전문성'입니다. 경험이 풍부하기에 주주 입장에서 사내 이사들과 충분히 맞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경영을 알아서 경영자를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가 더 선호됩니다. '소송 천국' 미국에선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경우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큽니다. '거수기' 보다 경영에 빠삭한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 애플 팀 쿡이 나이키 경영도 챙긴다?
미국에선 현직 CEO이면서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애플 CEO 팀 쿡이 가장 유명합니다.
팀 쿡은 2016년부터 나이키 사외이사입니다. 애플 경영하기도 바쁠 텐데, 동시에 나이키 주요 현안도 사외이사로서 챙긴다는 뜻입니다.
나이키를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으면 9년째 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유튜브에선 팀 쿡의 나이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애플 CEO 팀 쿡이 “가장 좋아하는 나이키 신발은?” 이란 질문을 받고 답하는 장면. (출처 : Do you know what’s Tim Cook’s favorite Nike’s to wear?)
나이키 이사회가 애플 CEO에게 문을 열었듯, 애플 이사회도 전문적이고 개방적입니다.
전체 8명 가운데 팀 쿡을 뺀 7명이 사외이사입니다.
전현직 CEO 출신들이 대거 포진돼 있습니다. 알렉스 고르스키 전 존슨앤드존슨 회장, 로널드 슈거 우버 이사회 의장이 활동 중입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타이완의 TSMC 역시 비슷합니다.
마이클 스플린터 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모시 가브리엘로브 전 자일링스 CEO, 라펠 리프 MIT 전기공학과 석좌교수, 어슬라 번스 전 제록스 CEO, 린 엘젠한스 전 수노코 CEO가 이사회 멤버들입니다.
TSMC 이사회 소개 글. 전체 10명 가운데 7명이 사외이사(independent director), 이 중 5명은 미국인이다. (출처 : Board of Directors -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한국도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BNP파리바, 한국씨티은행 같은 외국계 금융사를 거친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꼽힙니다. 2009년 매일유업에 합류해 2014년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을 성공시킨 한편, 성인 영양식과 식물성 음료 등을 잇달아 출시해 기능성 음료 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SK(주)와 매일유업의 이례적 결정에 시작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주주와 언론 등에 지쳐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이 있다면, 미국행 짐을 싸기 전에 일단 사외이사 제도부터 미국처럼 운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애플 팀 쿡의 사례에 빗대보자면, 삼성 이재용 회장이 프로스펙스나 젝시믹스 사외이사를 맡아 전문성을 발휘하는 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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