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024년 10월9일 오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온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시기도 조율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18일 김 전 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김 여사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실제 관여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22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현역 김영선 전 의원 대신 김 전 검사가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차장검사일 때 중앙지검 특수3부 소속이었다. 2019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도 일부 관여했다. 김 전 검사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 전 검사에 대한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정황은 명씨와 주고받은 통화에서 나왔다. 명씨 측은 지난 2월 ‘김건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2월16~19일 5~6차례에 걸친 통화 내용을 복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김상민 검사가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달라”고 했다. 또 “김영선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라며 “내가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전화해 김상민 검사를 도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명씨가 우려하는 뜻을 내비쳤는데도 김 여사는 “아니다”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명씨 측은 지난 2월20일 입장문을 통해 김 여사가 22대 총선 전 김 전 의원에게 연락해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공천이 어려워져 경남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전 검사 역시 의창구 예비후보 공천에서 탈락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이른바 ‘칠불사 회동’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칠불사 회동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29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김 전 의원과 명씨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원내대표와 만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폭로하겠다며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의원을 지난달 29일 불러 조사했다. ‘칠불사 회동’에 이어 김 전 검사도 조사하면서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창원지검에서 명태균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인 지난 2월 말쯤 김 여사 측에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주변인과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여사도 불러 대면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