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결혼 피로연' 시사회에 참석한 윤여정.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7)이 아들의 커밍아웃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윤여정은 18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계기로 해외 매체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이날 북미에서 개봉한 '결혼 피로연'에서 동성애자인 한국계 남자 주인공의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1993)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결혼하기를 다그치는 집안의 성화로 위장 결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원작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연출하면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윤여정은 피플지와 인터뷰에서 '결혼 피로연'에 출연하게 된 배경에 대해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다. 사람들은 절대 공개적으로 또는 자기 부모 앞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내 큰아들이 동성애자여서 나는 아들과의 사이에서 겪은 경험을 이 영화에서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도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나는 거기서 그의 결혼식을 열었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그들은 내게 책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담조로 지금은 아들의 동성 배우자인 '사위'를 아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영화 속 대사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극 중 동성애자인 손자에게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그건 실제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는 감독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뒤 영화에 넣은 것이라며 "그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75년 미국에서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으며, 1987년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웠다.
그는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나를 일 하러 나가게 한 아들들 잔소리 덕분에 이 상을 받았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