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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치적 홍보용 질문하는 백악관 기자


상호 관세가 돌연 유예된 지난 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 나머지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방향을 놓고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때 질문권을 얻은 한 기자가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취임 이후 민간 부문에서 기록적인 7조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셨습니다. 이 투자가 이전에 소외감을 느꼈던 가정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상호 관세로 연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던 월가의 거물들까지 돌아서는 상황에서, 경제적 치적을 홍보할 수 있도록 소위 '자리를 깔아주는' 질문입니다. 해당 기자는 '7조 달러 투자 유치'라는 백악관의 홍보용 수치를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는 기민함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한 듯 "고맙다. 정확한 질문이다"라며 "7조 달러 이상이 들어온다고 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시대 확 달라진 백악관 풍경입니다.




친트럼프 매체 앞세워 비판 누르고 홍보 극대화


백악관 정례 브리핑 (지난 1월 29일)

기자1 :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행정부와 완전히 대조되는 눈부신(breakneck)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그러한 속도를 계속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백악관 대변인 : 물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 중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질문을 한 사람은 우파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의 맷 보일 지국장. 브레트바트는 과거 트럼프의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이 창립한 매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들어 백악관은 문호를 뉴미디어에 개방하겠다며, 유튜버와 1인 미디어들에게 출입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친트럼프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홍보성 질문, 부드러운 질문이 잦아졌습니다.




칭송 질문 기자에 이어, '돌격대' 기자들도 속속 등장


한술 더 떠, 외교 무대에서 이전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며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는 기자도 목격됩니다.

미국-인도 정상회담 기자회견 (지난 2월 13일)

기자2 : (모디 총리에게) 저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지난 4년간 바이든의 무능함과 나약함과는 대조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나라를 이끌고 계시기에, 힘을 통한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십니까? 미국과 더 성공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트럼프 대통령 : (크게 웃으며) 모디 총리께 질문했지만 제가 답하겠습니다. 기자 발언에 동의합니다. (웃음) 그래요 심각한 무능함이었죠.



트럼프 대통령이 난처한 상대국 정상을 위해 질문을 가로채야 할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이었습니다. 질문자는 '게이트웨이펀딧'이라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 소속 기자로, 이 매체는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을 퍼트리거나 2020년 대선을 부인하는 선거 부정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당연히 딱히 원하는 정보가 있어서 질문을 한 게 아닙니다. 이 질문 뒤 해당 매체가 발행한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무능함에 대한 게이트펀딧의 질문에 답했다"며 '필독' 타이틀을 달아 머리기사로 올렸습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백악관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해 연출한 질문이었던 셈입니다.


지난 2월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충돌한 백악관 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냐, 정장이 있긴 하냐"고 조롱한 기자가 있었습니다. 역시 극우성향의 '리얼아메리카보이스' 소속이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선의 군인들에게 연대하는 뜻으로 군복 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모욕적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중이란 이유로 군복을 입고 백악관을 방문한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의 사진이 다시 주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불편한 언론은 전용기 배제‥윤석열 정부 따라하나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성 언론에는 새로운 제한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가장 근접해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취재해 동료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하는 '풀단(press pool)'에서 배제하는 겁니다. 1차로 지난 2월 AP통신이 배제됐습니다. 멕시코 만을 아메리카 만으로 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풀단은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눈과 귀' 역할을 합니다. 100년 넘게 언론사에 기사를 공급하는 통신사 중 역사가 오래된 AP통신이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각 한 명씩을 고정적으로 풀단에 배치했습니다. 나머지 자리를 인력과 취재력이 안정적인 유력 매체들이 돌아가면서 맡았습니다. 풀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의 별장으로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할 때, 함께 동행하는데, 배제 조치 이후 AP통신은 동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전용기에 탑승하려고 수속을 마친 AP기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후 반복해서 합류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대신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투표했다"고 밝힌 보수 팟캐스트 진행자인 클레이 트래비스는 풀단에 합류했습니다. 전용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1대1 인터뷰를 갖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민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도 출범 첫해인 지난 2022년 11월, MBC 기자들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을 갑자기 불허했습니다. 대통령 출입기자단이 민주화 이후 자율적으로 운영돼 온 점도 무시됐습니다. 이유도 유사합니다. MBC가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됐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는데,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소위 '날리면 바이든' 욕설 발언 보도를 문제 삼은 겁니다.

한국 언론단체들은 "권력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에 항의하며 탑승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MBC는 곧바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법적 비상 계엄을 일으켜 파면됐습니다.



미국 법원 "전용기 배제, 언론 자유 침해이자 위헌"


AP통신 역시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워싱턴 D.C의 연방법원은 지난 8일 전용기 배제 및 취재 제한 조치는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복원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정 헌법 제1조에 따라 언론의 관점 때문에 일부에게만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결정문에서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통제되는 공간이어도, 중립적 기준 없이 특정 언론만 배제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백악관이 재판에선 AP통신의 배제가 마치 관점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매우 뻔뻔하다"고 질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도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백악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곧장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쓴소리를 참기보다 기자 개인을 공격하고, 극우 유튜버 등 이른바 대안 매체를 띄우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불편한 칼럼을 쓴 기자에 "해고돼야 한다"고 하거나,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를 폭로한 디애틀랜틱을 "곧 망할 잡지"라고 깎아내리는 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보도 방향에 불만을 나타냈던 미국의소리(VOA)는 지원금 삭감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캐롤라인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정례 브리핑에서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취재 접근이 쉬운 대통령을 만나고 계신다"며 실상과 다소 다른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언론의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면, 권력은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귀에 거슬리지 않은 극단적 주장에 휘둘릴수록 정책은 균형을 잃게 되고, 대통령 자신도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최근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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