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3000명 누구
머스크 2년 연속 1위… 저커버그·베이조스 順
美 902명·中 516명·韓 30명
머스크 2년 연속 1위… 저커버그·베이조스 順
美 902명·中 516명·韓 30명
게티이미지뱅크
부의 양극화가 전 세계적으로 심해지는 가운데 억만장자는 빠르게 증가해 올해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억만장자 명단’에서 10억 달러(1조4800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부호는 지난해보다 247명 늘어난 3028명으로 집계됐다. 포브스가 1987년 억만장자 명단을 처음 작성한 이후 3000명을 돌파한 것은 38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포브스 억만장자 전원의 자산 총합은 16조1000억 달러(2경3800조원)로 전년 대비 14%(2조 달러) 증가했다.
MAGA 표심을 개인 선거사업에 활용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700위 부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대선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을 성공적으로 결집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자산을 두 배 넘게 불리면서 권력과 부를 모두 움켜쥐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420억 달러(506조원)의 자산을 축적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포브스 억만장자 1위에 올랐다.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뉴욕증시가 급락했지만 머스크의 자산 평가액은 3000억 달러대를 유지해 세계 최고 재벌의 위상을 지켰다. 머스크와 2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2160억 달러), 3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2150억 달러)를 포함한 미국인이 90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홍콩을 포함한 중국인이 516명, 인도인이 205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인 억만장자는 30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가장 많은 84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세계 361위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82억 달러·369위)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71억 달러·464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42억 달러·868위)도 1000위권에 들었다. 에라스 투어 공연 장소마다 지역 경제를 부흥시킨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16억 달러), 미국프로농구 NBA에서 현역으로 22시즌을 소화하며 꾸준하게 기업의 후원을 받는 르브론 제임스(13억 달러) 등 유명인도 포브스 억만장자로 이름을 올렸다.
게티이미지뱅크
포브스 억만장자가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선 것은 부호의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얘기다. 포브스 집계 첫해 140명이던 억만장자 수는 1000명에 도달한 2007년까지 20년이 소요된 데 비해 2017년 2000명을 돌파할 때까지는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2000명에서 다시 1000명이 더 늘어나는 데 걸린 기간은 8년으로 단축됐다.
올해 억만장자에서 여성의 비중은 13.4%(406명)로 남성보다 크게 적었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올해 최연소 억만장자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오너의 후계자로 예정된 19세 요하네스 폰 바움바흐(54억 달러)였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는 ‘2025년 부의 보고서’에서 “재벌 상속자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미래의 억만장자는 더 어려질 것”이라며 “여성 비중이 증가하고 국적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기업공개·암호화폐로 돈맛 만끽
포브스 억만장자 가운데 지난 1년간 가장 극적으로 자산을 불린 부호는 단연 트럼프다. 지난해 23억 달러였던 트럼프의 자산은 올해 51억 달러로 12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의 부를 증폭시킨 이벤트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이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인 지난해 2월만 해도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했고 재정적으로는 파산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당시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혐의(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고 총 4억5400만 달러의 ‘벌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4억1300만 달러로 벌금보다 적었던 트럼프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며 감액을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벌금을 1억7500만 달러로 대폭 줄여줬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그는 법원의 벌금 감액 승인을 얻고 바로 이튿날 트루스소셜 운영사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을 나스닥거래소에 상장했다. 당시 재무제표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찾을 수 없던 이 기업 주식을 마가 지지자들이 앞다퉈 샀다. 도박에 가까운 주식 거래가 이뤄지는 동안 트럼프의 지분 가치는 45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벌금의 10배를 기업공개(IPO)로 벌어들인 셈이다. 포브스는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최고의 사업가라고 불리는 이유를 증명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자서전과 모자·운동화·머그잔만 팔아서는 충족되지 않던 마가 지지자들의 ‘진짜 돈맛’을 주식시장에서 확실하게 만끽하자 일가족 명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며 더 과감한 사업을 펼쳤다. 지난해 7월에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암호화폐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마가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정치적 구호를 강하게 외칠수록 트럼프미디어 주식과 가족 명의의 암호화폐 가치가 덩달아 요동치며 상승했다. 포브스는 “트럼프는 1년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그는 싸우고, 팔았고, 이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