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가 발생한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 현장 일대 도로가 11일 주저앉아 있다. 소방청 제공.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1명이 고립되고 1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고립된 노동자 1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소속 구조대원들은 이 사고로 인해 지하에 고립된 노동자 A씨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접근했다.
A씨는 고립 후 구조당국과 전화 통화가 이뤄졌던 굴착기 기사다. 중간에 몇 차례 연락이 끊겼으나 최종적으로 생존이 확인됐다.
구조대원들은 A씨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 주변에 가스 냄새가 나고 있다고도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에 가스관로가 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한국전력·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 전기와 가스 차단을 요청했다. 전기는 이날 오후 6시31분쯤, 가스는 오후 7시쯤에 차단됐다.
홍건표 광명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요구조자 2명 중) 연락이 닿은 1명에 대해서는 크레인을 진입 시켜 구조하고 있고, 다른 1명은 소방 인력을 총동원해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립된 근로자에 대한 구조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요구조자가 위치한) 현장이 (지하) 30m가 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중장비를 쉽사리 투입하지 못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붕괴 우려 신고…15시간여 뒤 ‘우르르’
앞서 오후 3시17분쯤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제5-2공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공사 노동자 1명이 실종됐고, A씨가 지하에 고립됐다.
붕괴 현장 인근에서 장사하는 A씨(60대)는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쾅’하는 큰소리를 듣고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희뿌연 먼지가 마구 피어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도 “집 안에서 들었을 때 건물이 내려앉는 듯한 소리였다”며 “정신없이 나와서 생필품도 못 챙겼다. 여행용 가방에 어떤 걸 챙겼는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무너진 공사 현장은 이날 오전 0시26분쯤 붕괴 우려가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투아치’(2arch) 구조로 시공 중인 지하터널 내부의 가운데 기둥(버팀목)이 파손됐으며, 쇳소리가 나 노동 17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공사 현장을 지나는 광명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호현삼거리까지 왕복 6차선 오리로 1㎞ 구간에 대해 차량과 보행 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이후 붕괴 우려 신고가 접수된 지 15시간여 뒤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붕괴됐다.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광명 신안산선 공사 구간 현장 모습. 소방청 제공
인근 아파트 주민 2400여명 대피…“2차 피해 우려”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등에 사는 주민 2400여명은 2차 피해를 대비해 시민체육관을 포함한 8곳으로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아파트에 설치된 계측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을 확인해왔다. 사고 현장 주변에 변인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광명시는 이날 오후 5시54분쯤 재난문자를 통해 “현재 양달로4 도로 붕괴로 인근 주민은 다음 대피장소로 신속히 대피바랍니다. (대피 장소) 광휘고, 운산고, 충현중, 충현고, 시민체육관”이라고 공지했다. 시는 사고지점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는 “사고 여파로 인한 단전이나 단수에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날 앞선 브리핑에서 “인근 지역 아파트에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렸다”며 “주민들은 학교와 시민 체육관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과 소방당국은 (요구조자) 2명에 대한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는 현장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등 다수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인근 교회 건물의 경우 부지 내 녹지공간이 붕괴로 인한 균열이 관측될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 사이에 있는 방음벽 일부도 충격으로 파손됐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일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직전 학생들 하교 ‘아찔’, 사고경위 파악
이번 사고 현장과 50여m 떨어진 초등학교 학생 대부분은 정규수업 시간이 끝나고 하교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규수업 이후 진행되는 저학년 대상 돌봄수업의 경우 통상 오후 4∼5시까지, 최대 오후 8시까지 이뤄진다. 다만 이날 학교 측은 오전에 지하터널 공사장의 붕괴 우려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돌봄수업을 조기 종료했고, 학생들은 오후 3시 전에 모두 학교를 빠져나갔다. 사고는 학생들의 하교가 끝난 뒤 불과 10여분 뒤에 발생했다.
사고지점은 이날 새벽부터 통제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작업자 1명이 실종, 1명이 고립된 경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오전 시공사인 포스코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해당 지점에 대한 보강 작업을 진행했고, 오후에는 지상에서 안전진단 작업을 진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작업 지시가 적절했는지 등의 여부를 놓고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연결하는 44.7㎞의 복선전철이다. 2019년 9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신안산선은 총 사업비는 4조1047억원이다. 정거장은 모두 19곳이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일 구조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