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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인 홍콩 더 헨더슨에서 열린 ‘20/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 중 장-미셸 바스키아의 ‘토요일 밤’이 소개되고 있다. 홍콩 | 윤승민 기자


“우와아.”

지난 28일 홍콩에 위치한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 더 헨더슨. ‘20/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 현장에 모인 200여명은 대형 화면에 장-미셸 바스키아의 1984년 작 ‘토요일 밤(Sabado por la Noche)’이 모습을 드러내자 탄성을 냈다. ‘토요일 밤’은 이날 경매의 주인공이었다. ‘검은 피카소’로 불리다 1988년 28세로 요절한 바스키아는 뉴욕 할렘가의 뒷골목 낙서그림(그라피티)을 현대미술로 끌어올린 작가다. 그의 1982년작인 ‘무제’가 2017년 1억1050만달러에 팔리며 전세계 16명뿐인 ‘1억달러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 홍콩 더 헨더슨에 전시된 장-미셸 바스키아의 ‘토요일 밤’. 홍콩 | 윤승민 기자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비범함이 느껴져서일까. 몇 번의 호가 끝에 입찰가가 9500만홍콩달러에 이르자 장내는 숨죽인 듯 조용했다. ‘쾅’ 하고 경매사가 경매봉을 내려치며 ‘토요일 밤’의 낙찰가는 9500만홍콩달러(약 179억6545만원)로 결정됐다.

‘땡땡이 무늬’로 유명한 일본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2014년작 ‘호박’ 경매에서는 미술 수집가들의 눈치싸움이 극에 달했다. 현장 참석자들과 직원들을 통해 전화로 참여하는 30여명 사이에서 경매사는 십여 차례 호가를 끌어냈다. 최종 낙찰가는 3200만홍콩달러(약 60억5152만원). 이밖에 르네 마그리트의 1943년작 ‘Reverie de Monsieur James’가 3900만홍콩달러(약 73억7529만원), 중국 현대미술가 자오우키의 ‘28.8.67’이 4300만홍콩달러(약 81억3173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 홍콩 더 헨더슨에 전시된 박서보의 ‘묘법 No.60-73’. 홍콩 | 윤승민 기자


이날 경매에 출품된 한국 작품 4점도 모두 낙찰됐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1973년작 ‘묘법 No.60-73’은 580만홍콩달러(약 10억9684만원)에, 1세대 추상미술 작가 이성자의 1962년작 ‘구성’은 500만홍콩달러(약 9억4555만원)에 각각 팔렸다. 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1983년작 ‘동풍’은 480만홍콩달러(약 9억773만원), ‘숯의 작가’ 이배의 2019년작 ‘Issu du feu White Line-F4’는 110만홍콩달러(약 2억802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경매에서는 출품작 43점 중 41점이 낙찰됐으며, 낙찰가 총액(판매 수수료 포함)은 5억5995만5200홍콩달러(약 1059억원)였다.

세계적인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세계적인 미술품 장터(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과 같은 기간에 이번 경매를 개최했다. 크리스티는 홍콩에서 주요 미술 작품 경매를 통상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었는데, 이곳은 아트바젤 홍콩의 개최지이기도 해서 두 행사가 동시에 열리기 어려웠다.

크리스티가 지난해 9월 전시장과 경매장을 갖춘 아시아·태평양 본사 건물인 더 헨더슨을 개장하며 두 행사의 동시 개최가 가능하게 됐다. 이번 이브닝 경매를 기획한 에이다 추이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경매와 아트바젤이 동시에 열리면서, 따로 열렸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홍콩 미술 시장을 찾았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 행사장에 사람들이 운집해 있다. 홍콩 | 윤승민 기자


경매 하루 전인 27일 찾은 홍콩 컨벤션센터의 아트바젤 현장에도 적잖은 인파가 몰렸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42개 지역 240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외국계 포함 갤러리 20곳이 소장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에서의 학살’을 포함한 파블로 피카소 전시를 연 엠플러스(M+)를 포함해 홍콩 주요 미술관도 아트바젤과 연계한 전시를 열었다.

다만 미술계의 불황이 반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바스키아의 ‘토요일 밤’은 고액에 낙찰됐으나 관계자들이 기대했던 1억홍콩달러(약 189억원)에 이르지는 못했다. 추이 부사장은 “현금 유동성이 줄면서 수집가들도 제한된 금액 내에서 가치가 높은 작품을 사기 위해 고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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