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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육과정에서 41개 과목 중 유일 삭제
안창호 인권위원장.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이버 인권교육을 위해 운영해온 ‘인권교육센터' 콘텐츠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목을 올해 교육과정부터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장 취임 이전부터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혀온 안창호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상징적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인권위 누리집에 있는 ‘인권교육센터’의 ‘2025년 사이버 인권교육 운영 안내’를 보면, 세계인권선언, 인권의 이해 입문편 등 41개 항목의 콘텐츠 중 `차별금지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만 제목에 가운뎃줄이 그어진 상태로 ‘폐기’라고 적혀있다. 맨 밑에는 “(해당 콘텐츠는) 콘텐츠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여 폐기되었습니다”라고 안내문이 나온다.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은 “인권에 관심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인권 감수성 향상과 인권과 관련된 지식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일반인과 공무원 등이 회원 등록 절차 등을 거쳐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콘텐츠는 2020년 제작된 1시간짜리 동영상물로,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비상임 인권위원)가 진행했다. 헌법상 평등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생활영역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내용 전반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2년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 콘텐츠 분석 연구용역에서 “누구든지 차별금지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였다”는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이번 과목 삭제에 안창호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창호 위원장은 인권위에 오기 전부터 각종 강연과 저술에서 “부모-자식 간 성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비난해왔고,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산혁명 가능성이 있고 다수의 표현 자유가 침해된다”며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인권위 국장단은 2025년 업무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 뒤 “차별금지법 관련 업무 내용을 현 상황을 고려해 정비 요청한다”는 취지의 논의 결과를 각 부서에 내려보내 “위원장 기조에 맞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에 있는 ‘인권교육센터’의 ‘2025년 사이버 인권교육 운영 안내’에 ‘차별금지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 과목에 가운뎃줄과 함께 ‘폐기’라고 적혀있다. 인권위 누리집 갈무리
사이버 인권교육을 총괄하는 인권위 담당 과장은 운영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 기존의 사이버 인권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분하여 분류하는 과정에서 차별 예방과 관련한 과정이 3개 있었다. 이중 차별금지법을 홍보하는 1개 과정이 다른 과정인 ‘차별예방교육’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어서 이를 정리했다”며 “이 과정에 위원장이 관여하거나 별도의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15차시로 구성된 13시간30분짜리 ‘차별예방교육’이 있으므로 ‘차별금지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는 굳이 불필요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삭제된 과목은 차별금지법의 추진배경과 개념에 관한 유일한 과목이며 ’차별예방교육’은 차별행위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중복 문제로 인해 정리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다.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던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인권위의 콘텐츠 삭제 조처와 관련 “현 인권위의 스탠스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며 “평등을 지향하는 세상에서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인데 인권위원장이 그런 상식에 반하는 행동들을 지속한다는 것은 단순한 영상 폐기를 넘어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한 헌법상의 평등 정신을 폐기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위 내부 반발도 거세다. 인권위 한 관계자도 “인권위가 내년을 목표로 인권교육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때에 중요한 인권과목을 느닷없이 폐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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