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평생 담배 피운 적도 없는 제가 폐암 4기가 될 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
지난해 5월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교수인 브라이언트 린은 50번째 생일을 앞두고 비소세포암(비흡연자 폐암) 판정을 받았다. 한 번도 흡연 경험이 없었던 그였다. 얄궂게도 그가 평생 연구해온 주제는 아시아계 미국인 비흡연자의 폐암이었다.

지난해 봄에 5~6주간 심한 기침에 시달린 게 전조였다. 동료인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린은 흉부 X-레이를 찍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폐 조직을 검사하기 위해 CT 스캔도 받았다. 결과는 폐암 4기였다.

비흡연자이지만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브라이언트 린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강의를 열고 자신의 암을 수업교재로 삼았다.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15~20%는 비흡연자다. 매년 전 세계에선 2억명이 폐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선 매년 12만 5000명이 폐암으로 숨진다.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

남은 생이 2년 남짓이란 판정을 받은 뒤, 린은 일을 그만두는 대신 자신의 암을 수업 교재로 삼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학기 그가 개설한 10주짜리 강좌는 ‘진단에서 대화까지: 의사가 암과 벌이는 실시간 전투’였다.

린은 NYT에 “내 암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강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개설되자마자 수강 인원은 꽉 찼다. 강의실은 빈 자리가 없어 일부 학생들은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치료와 수업을 병행하는 동안, 암세포는 간·뇌로 전이됐다. 뇌에서만 악성 종양이 50개 발견됐다. 척추와 갈비뼈 통증, 체중 감소까지 겹쳐 고통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수업은 계속됐다. 암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간병인의 역할, 차세대 약물치료 등을 다루면서 자신의 간병인 역할을 하는 아내와 종양학자, 종교 관계자 등을 특별 강사로 모셨다.

동료 교수들은 “약물이 잘 듣는지 봐야 하니 린 교수가 오래 살아야 한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브라이언트 린 교수.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



"암 밝히면 인간관계 끊어져 고통"

린 교수는 특히 암환자의 멘털 관리를 강조했다. ‘암밍아웃(암과 커밍아웃을 합친 단어)’을 하면 인간관계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최근 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암 소외(Cancer Ghosting)' 현상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암 투병 사실을 밝히면 인간관계가 갑자기 끊어져 유령 취급을 당하는 현상을 뜻한다. 암 진단 후 65%가 이런 현상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브라이언트 린 교수는 자신의 암을 주제로 강의를 개설했다.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암 환자들은 NPR에 "치료 자체도 그렇지만,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암 협회의 최고 환자 책임자인 아리프 카말은 NPR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며 “‘널 생각하고 있어’ 같은 짧은 메시지도 환자에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카말 책임자는 "오늘 밤 피자 사갈게, 아직도 페퍼로니 피자 좋아하니?"처럼 구체적인 메시지가 좋다고 귀띔했다.

린 교수도 암 자체를 다루는 일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의학의 핵심인 인간성을 이해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린 교수는 NYT에 “과거 암환자의 주치의를 지냈는데, 환자가 숨지기 2주 전, 귀한 시간을 할애해 나에게 아버지처럼 돌봐줘서 고맙다는 감사 편지를 써준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제 환자가 된 린 교수가 두 아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메시지도 '사랑''감사'와 같이 인간적인 것이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 "내가 여기 있든 없든, 너희들을 사랑한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준 많은 일들 중에서 아빠가 된 일이 가장 위대한 일이었어." "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726 ‘차별받는 백인’ 서사 퍼뜨리는 트럼프, 주미 남아공 대사 추방 예고 랭크뉴스 2025.03.16
44725 "잘난 게 죄니?" 블랙핑크 후광 벗고 솔로 가수 나선 제니 랭크뉴스 2025.03.16
44724 뒤늦게 알게 된 美 '한국 민감국가' 지정… 여야는 '네 탓 공방' 랭크뉴스 2025.03.16
44723 [단독] 1월 초과근무 113시간…탄핵 정국에 ‘방전된’ 경찰 기동대 랭크뉴스 2025.03.16
44722 홈플러스 단기채, 개인 투자자가 2000억원 넘게 샀다··· 커지는 후폭풍 랭크뉴스 2025.03.16
44721 MBK 김병주 얼마나 내놓나…업계 "홈플 정상화에 최소 1조원" 랭크뉴스 2025.03.16
44720 [단독] 상법 개정 열쇠 쥔 최상목, 4년 전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주장했다 랭크뉴스 2025.03.16
44719 '민감국가 지정' 두고...野 “계엄 후과” 與 “줄탄핵 때문” 공방 랭크뉴스 2025.03.16
44718 "이번 주 가장 빠른 날 신속한 파면을"… 총력전 이어가는 野 랭크뉴스 2025.03.16
44717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앞두고 오늘도 여야 총력전…‘민감국가’ 공방도 랭크뉴스 2025.03.16
44716 "정말 나만 빼고 다 가입했나 보네"…'연 최대 9.54% 금리'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무려 랭크뉴스 2025.03.16
44715 尹 탄핵이 먼저냐, 李 2심이 먼저냐…‘시계제로’ 헌재에 정치권 촉각 랭크뉴스 2025.03.16
44714 한달새 대치동 6.8억 뛰었다…서울시, 토허제 재도입 검토 랭크뉴스 2025.03.16
44713 ‘잠룡’서 ‘자율주행 벤처’ 도전 남경필 “자율주행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 랭크뉴스 2025.03.16
44712 [속보] 북마케도니아 나이트클럽 화재로 최소 50명 사망 랭크뉴스 2025.03.16
44711 “고용 지표 양호하나, 경기 둔화로 인한 실업 늘어” 랭크뉴스 2025.03.16
44710 “25기 광수에 경의”…이준석이 ‘나솔’ 언급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5.03.16
44709 ‘尹탄핵 국회 대리인단’ 혁신당 서상범, 구로구청장 출마 랭크뉴스 2025.03.16
44708 野 "권성동 '승복' 발언은 거짓말…'불복 선동' 감추려는 연막" 랭크뉴스 2025.03.16
44707 전광훈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예배‥서울 도심서 탄핵 반대 집회 랭크뉴스 2025.03.16